전통기업의 인터넷화를 위해서는 제품, 고객관리, 조달, 경영시스템의 네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먼저 제품의 디지털화 관점에서는 전자책(eBook)이나 전자카탈로그(eCatalog), 디지털 음악(eSong) 등 디지털화 제품부터 웹폰, 웹 TV 등 가전 제품 그리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등과 같이 웹기술이 결합된 제품들이 폭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고객관리를 위해서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SFA(Sales Force Automation), 조달부문에서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경영시스템에서는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등의 기술이 웹기반으로 출현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 새롭게 출현할 때마다 전통적 기업들은 『이 기술만 채택하면 기업이 경쟁력이 생기고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출현하는 모든 기술의 목적이 현재 조직이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처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기술의 활용보다는 기술의 도입 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고가의 소프트웨어 제품의 선택이 인터넷화의 솔루션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를 맞던 90년대 후반부터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 해결을 위해 지식기반 또는 지식경영을 해야한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퍼진 적이 있다. 지식기반 국가를 만들고 신지식인이 만들어지고 기업은 지식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명제가 이슈가 되었다. 너도나도 시스템 벤더들이 제공하는 지식관리시스템(KMS)을 구축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입하였다. 실제로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왜냐하면 지식관리 시스템의 활용을 통해 기업이 창출해야 하는 지식에 해당되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정의되거나 체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프트웨어시스템으로서의 KMS 구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결국 활용의 정도와 수준, 사용자의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구축한 시스템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술도입의 오해가 요즈음 유행하는 고객관계관리(CRM)에도 적용된다. CRM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마다 필요에 따라 차별화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투원 마케팅 개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CRM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고객에 대한 정보가 정량적인 것에 치우쳐 있어 고객의 품격과 접근의 용이성, 서비스의 적당 여부 등 구매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성적인 정보들이 부족하여 생각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무엇을 계층화하여 고객에게 제공할 지에 대한 준비없이 단순히 CRM이란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전통기업이 인터넷 기술의 접목에 실패하는 다른 이유는 「빠른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제조업에서 선두 대기업에 속하는 K사는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 채널 강화를 위해 동종업계에서는 가장 빠르게, 당시 유행하였던 클라이언트서버용 그룹웨어를 도입하였다. 이 그룹웨어를 도입하여 실무와 현업에 확산하고 그 효과를 검증할 겨를도 없이 다시 웹 기반의 전자우편이나 게시판 등 메시지 서비스의 성능을 가진 새로운 포털시스템이 유행하게 되어 곧 바로 기획 부서에서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의 준비에 들어간 적이 있다. 시스템 구축의 효과를 검증하기도 전에 새롭게 나온 다른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통기업에서 인터넷화를 위해서는 「시스템 구축 후 활용」이라는 전통적인 접근보다는 「새로운 기술의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문화를 조성하면서, 다음 단계로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기술은 인터넷화의 전부가 아니고 그것을 성취하는 여러 갈래 도구중의 하나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이다.
<강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