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계절 가을이다.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말할 것이다.
빌리 할리데이의 우수어린 노래 소리로 영혼의 때를 씻어 내고 베니 굿맨의 절묘한 클라리넷 스윙 연주에 온몸을 맡기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재즈와 하나가 된다.
담배연기 희뿌연 재즈카페에 앉아 온몸으로 열창하는 재즈가수의 노래에 푹 빠져들고 싶어지는 그런 계절이다.
하지만 올 가을 우리를 찾아온 재즈는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
가슴 시린 고독함보다는 청춘남녀의 메마른 가슴을 살포시 데워주는 「사랑의 테마」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로맨스영화 속 재즈음악을 시작으로 재즈거
장이 인류에게 바치는 사랑노래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주제로 한 재즈음악이 이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브라질 출신의 대표적인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이타마라 쿠락스. 그녀는 올가을 재즈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영화음악·팝·칸초네 장르를 넘나들며 로맨틱으로 포장한 「세레나데 인 블루」를 선사한다.
오드리 햅번과 조지 페퍼드가 아래층 여자와 위층 남자로 만나 가슴 저린 사랑에 빠지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그 주제가 「문 리버」는 올 가을 사랑을 꿈꾸는 청춘남녀라면 꼭 한번은 들어야 할 사랑의 세레나데다. 이타마라 쿠락스는 너무도 대중적인 이 곡을 그녀만의 독특한 재즈스타일을 가미해 사랑하는 이에게 줄 예쁜 선물로 바꿔놓았다.
「남과 여」 「브라질」의 메인테마도 마찬가지. 재즈로 탈바꿈한 칸초네 「Dio Come Ti Amo」, 라틴음악 「Mas Que Nada」 「아랑훼즈 협주곡」 등 사랑을 주제로 한 각 장르 대표곡들을 4옥타브를 오르내리는 뛰어난 그녀의 가창력으로 재구성했다. 피아니스트 곤잘로 루발카바가와 타악기 연주자 돔 움 로메오 등 세계적인 재즈뮤지션의 협연은 생생한 라이브의 묘미를 더한다.
트럼펫·플루겔혼의 마법사로 칭송받는 척 맨지오니는 새 앨범 「Everything For Love」로 올가을 팬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30년 동안의 음악활동을 통해 자신에게 애정을 준 사람들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들을 한사람 한사람 이름을 호명해가며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사랑하는 아내에게는 「Slo Ro」, 고마운 이웃에게는 「Viola」, 귀여운 손녀에게는 「Annalise」,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을 담아 부친에게 「Papa Mangione」를 각각 선사한다. 팬들에게 선사하는 「I Do Everything For
Love」도 빼놓지 않았다.
그랜트 가이스만의 감미로운 기타연주와 게리 니우드의 색소폰연주를 곁들여 한곡한곡 사랑의 충만함을 표현한 이 음악들은 올가을 사랑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채우는 데 부족함이 없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