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찬가」라 불리는 노래 「글루미 선데이」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
레조 세렉스가 노래를 만든 1935년 당시의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세 남자와 한 여자에 얽힌 사랑과 우정, 배신과 복수를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선사한다. 실제로 음반 발매 당시 수백명의 사람들을 자살로 이끈 노래라 하여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 「글루미 선데이」는 작곡가의 자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화제를 남기고 있지만 영화에 담겨진 이야기와 영상은 비극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유럽영화의 우울한 매혹과 사랑스러움이 넘친다.
롤프 슈벨은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답게 적절히 사실적인 배경과 영화적인 감성을 교차해가며 노래에 담겨진 전염과도 같은 죽음의 운명을 그려낸다. 영화 속에서 노래의 운명은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세 남자의 사랑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헝가리 여인을 통해 때로는 자극적으로 때로는 감미롭게 관객에게 전이된다.
따뜻하고 성실한 유태인 자보는 아름다운 연인 일로나와 함께 헝가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연다. 음악을 전공한 일로나의 요청에 따라 레스토랑에는 피아노가 놓이고 그들은 어딘지 우울해 보이지만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지닌 안드라스를 피아니스트로 고용한다. 일로나의 생일날 안드라스는 자신이 작곡한 「글루미 선데이」를 선물로 연주하고 일로나는 그의 연주에 감동하며 안드라스와 사랑을 나눈다. 한편 일로나에게 반해 레스토랑을 찾아오던 독일인 한스는 청혼을 거절당하자 자살을 시도하고, 물에 빠진 그를 자보가 구해준다. 한스는 자보에게 『은혜를 갚겠다』는 말을 남긴 채 독일로 떠나고 자보와 안드라스는 일로나에 대한 서로의 사랑을 인정하는 독특한 삼각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어느 날 레스토랑에 들른 음반 관계자에 의해 안드라스의 「글루미 선데이」는 음반으로 제작되어 큰돈을 벌어들이고 자보 레스토랑 역시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번창한다. 그러나 「글루미 선데이」를 듣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안드라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서 헝가리 역시 독일인의 지배를 받게 된다. 헝가리로 돌아온 한스는 자보에게 안전을 약속하지만 안드라스는 레스토랑에서 연주 도중 총으로 자살을 하고, 자보 역시 패각하는 독일인들에 의해 가스실로 끌려간다. 영화는 80세 생일을 맞기 위해 한스가 가족들과 함께 자보 레스토랑으로 와 「글루미 선데이」를 신청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죽는 것으로 시작한다. 60년 전 레스토랑을 감돌던 죽음의 송가는 배신에 대한 복수의 해피엔딩이 되어 울려 퍼진다. 결코 일상적이라 얘기될 수 없는 이들의 사랑과 죽음은 미워할 수 없는 배우들의 캐릭터와 영화가 보여주는 멋진 반전을 통해 생기를 갖는다.
<영화평론가·엔필름 컨텐츠 팀장 uju@nFil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