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 홈 비디오 시장의 패권을 놓고 소니는 베타맥스(BetaMax) 방식을 앞세워 VHS 방식에 도전했다가 처절한 패배를 맛보았다. 이때 VHS 방식의 홈 비디오가 더 뛰어난 기능을 갖춘 베타 방식을 누르고 시장을 석권하는 데 기여한 숨은 공신은 바로 포르노 비디오였다.
그 후 20년이 지난 지금 소니는 또다시 한 포르노 업체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게임업계 소식을 전하는 월간지 「게임비즈니스」에 따르면 세계 최대 성인영화 공급업체인 비비드인터액티브가 DVD 재생 기능을 갖추고 있는 소니의 최신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를 겨냥한 인터액티브 영화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비비드에서 내놓은 인터액티브 영화들은 고상함이나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대개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포르노성 영상 콘텐츠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인터액티브 「마인드 티저」와 「바디 파츠」라는 제목의 영화들은 제목 그대로 사용자들이 흩어져 있는 신체 부위 중에 머리나 가슴, 다리 등을 퍼즐처럼 맞추면 비디오 스트립 쇼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러한 영화들은 대개 남자들만 볼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다.
소니 측은 이러한 디지털 음란물로 인해 지금껏 쌓아놓은 소니의 깨끗한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비드의 움직임을 소니 측에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비비드에서 내놓은 영화들은 순수한 DVD 콘텐츠이기 때문에 소니의 하드웨어 기술과는 상관없이 재생되는 것이기 때문다. 비비드에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는 수많은 DVD 플레이어 중 하나일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비비드의 데이비드 제임스 사장은 최근 게임비즈니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소니도 성인 오락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비비드가 내놓은 영화에 대해 어떤 제재 조치를 취하거나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제임스 사장은 『플레이스테이션2에서 비비드의 성인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제품을 소니 시장에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게임기에 불과한 플레이스테이션2를 성인들까지 즐기는 오락 매체로 만들 수 있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비드를 막을 수 없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마찬가지다. 비비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다기능 게임기인 X-박스용 인터액티브 DVD를 판매할 계획도 이미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