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관리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하던 96년 당시만 해도 전사적자원관리(ERP)라는 개념조차 소개되지 않았던 때죠. 지난해부터 금융기관에서 고가의 외산 ERP패키지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 손으로 개발한 예산관리시스템은 성능이나 실용성 면에서 이들 제품보다 오히려 탁월합니다.』
기업은행 예산관리시스템 구축을 진두지휘한 종합기획부 이종열 차장. 현업 실무진의 필요에 의해서 자체 개발된 데다 기존 시스템과 연동문제도 자연히 해결되기 때문에 실용성이나 성능에서 외산 ERP 패키지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4년여에 걸친 작업끝에 최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기업은행 예산관리시스템은 은행에서 집행되는 모든 예산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으로 일명 「금융 ERP」로 통한다. 이는 예산편성, 배정, 집행, 통제는 물론이고 자산이 취득되는 순간부터 이력관리, 물류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해 준다.
이번 시스템운영으로 기업은행은 370개 영업점과 9개 지역본부에서 거래되는 내역이나 예산집행 내역이 모두 예산관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 중앙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통합관리 및 예산운용의 상시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은 이 시스템을 웹환경으로 전환해 사용편의성을 도모하고 물류시스템을 개발해 현업에 있는 직원들이 제품을 주문하면 생산업체에서 바로 제품을 받
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의 자산규모는 1조원 정도죠. 여기서 1%만 줄이더라도 1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산관리시스템의 도입효과는 상당할 것입니다.』
이종열 차장은 『수치적인 효과뿐 아니라 데이터 정비 측면에서도 그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정신없이 바쁘다.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외산 ERP 패키지가 워낙 고가여서 금융ERP를 도입하지 못했던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