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보기술(IT) 교류를 목적으로 지난달 21일 출범한 「통일 IT포럼」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제1회 조찬토론회를 개최했다.
포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수석대표인 최성모 한국전산원 정보화평가단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선문대 컴퓨터공학과 정희성 교수의 「컴퓨터 한글 자판 남북통일 시안」 발표 및 자유토론, 통일 IT포럼 분과위원장들의 사업계획 발표 순으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편집자◆
◇참석자
강태헌 사장(한국컴퓨터통신)
김광현 부장(LGEDS 공공2사업부)
김선봉 센터장(정보통신기술이전센터)
박정석 선임연구원(ETRI 네트워크 경제팀)
박찬모 원장(포항공대 대학원)
유완영 회장(IMRI)
이남용 교수(숭실대 컴퓨터학부)
정재형 변호사
정희성 교수(선문대 컴퓨터공학과)
최성모 단장(한국전산원 정보화평가단)
사회=서현진 전자신문 논설위원 <가나다순>
◇사회 =우선 남과 북이 최초로 공동개발한 컴퓨터 한글자판 「하나로 2000」을 발표하신 선문대 정희성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나로 2000」이 남과 북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한글자판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공통점을 최대화한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만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실지 걱정입니다.
◇정희성 교수(선문대 컴퓨터공학과) =현재 남과 북은 다른 한글자판을 사용하
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하나로 2000」이 당장 채택된다 하더라도 여러분들이 우려하시는 만큼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글자판을 익히는 실험결과 일반적인 대학생을 기준으로 했을 때 2시간 정도면 충분히 숙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완영 회장(IMRI) =정 교수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회사가 북한과 일본에 진출해서 북한 기술자들과 함께 한 경험담입니다.
한글자판이 달라 북한 기술자들이 처음에는 모두 불평을 토로하기는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에 능통해지는 것을 직접 지켜본 저로서는 남북 공동개발 한글자판 「하나로 2000」도 사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북한 기술자들은 현재 자기네들이 사용하고 있는 한글자판보다 남한의 한글
자판이 더 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박찬모 원장(포항공대 대학원) =남북이 공동개발한 컴퓨터 한글자판 「하나로 2000」의 남북한 동시 채택에 앞서 우리가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 인터넷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하루 10시간 이상 컴퓨터와 함께 일하는 전문직업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새로운 한글자판 채택에 대한 이들의 동의 혹은 공감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선봉 센터장(정보통신기술이전센터) =그렇습니다.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결국 생활의 편리라는 방향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 기술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라 할 수 있는 컴퓨터 한글자판의 변환은 단기적으로는 불편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에 대한 방안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희성 교수 =가장 어려운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현재 아무런 불편없이 사용하고 있는데 새로운 한글자판을 도입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남과 북이 공동개발한 한글자판은 남북 학자들이 지난 4년간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남북 학자들의 공통된 목적은 통일에 대비해 남과 북 모두 쉽게 사용하고 우리 체형에 맞는 한글자판을 개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다소 고무적인 것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과거에 비해서는 사용자들의 인식에 변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실제 실험에서도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선봉 센터장 =다소 성급한 논의라고 생각합니다만 과연 몇 %의 사용자가 선뜻 새로운 한글자판을 채택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정희성 교수 =그 점에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새로운 한글자판을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해 익히는 시간은 불과 2시간 남짓이었습니다.
물론 글자 배열이 현재 사용하고 한글자판과 다릅니다만 각 손가락 사용빈도나 단별 점유율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남북 학자들이 이번 개발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바로 한글 자모 사용빈도와 단별 점유율입니다.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향후 연구와 실험이 계속될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실제 실험결과 사용자들이 느끼는 불편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최성모 단장(한국전산원 정보화평가단) =남북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조사해서 공동개발한 만큼 각각 충분한 사전준비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염려되는 부분은 한글 자모에 대한 빈도 수와 단별 점유율, 손가락 담당비율 등은 남북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발표하셨는데 한글 문장이나 자주 사용되는 문장 빈도 수에 대한 조사결과가 궁금합니다.
◇정희성 교수 =최 단장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면 북한은 이미 지난 96년 한글 문장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 있지만 언어가 가지는 변화의 속성상 이 자료를 지금 채택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남한 자료도 최신 자료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 이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입니다.
◇김광현 부장(LGEDS 공공2사업부) =저는 기업에 있는 사람이라 새로운 한글자판 역시 사업성과 연결시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하나로 2000」은 단기적으로는 사용자의 불평과 불만이 쏟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되면 누가 이 제품을 구입하려고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정희성 교수 =「하나로 2000」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한국인 체형에 맞게 설계된 한글자판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한글자판이 우리 체형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다만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다보니 익숙해져 있을 뿐입니다.
지금 당장은 불편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효율성을 갖추었다는 점입니다.
◇유완영 회장 =새로운 시스템 채택에 따른 문제는 없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이
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광현 부장 =유 회장 말씀처럼 너무 성급한 결과를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스템 채택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북한은 현재 정치·사회 구조상 의견통일이 쉽습니다. 즉 북한이 만일 「하나로 2000」을 채택하기로 결정만 하면 강제성을 띨 수 있지만 남한은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남한의 사용자들이 「하나로 2000」을 채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좋다」 혹은 「편리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정희성 교수 =누차 말씀드리지만 「하나로 2000」은 인지과학 이론을 이용했고 한국인 체형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입니다.
지금 당장 시장에 내놓는다면 남북 공동개발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지나치게 강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보편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이해주시고 또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시장성 또한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성모 단장 =「하나로 2000」은 남북한 과학기술의 개가일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의미있는 사업임에 분명합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시장의 반응을 지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몇몇 전문가가 아무리 좋다고 강조해도 사용자가 불편을 느낀다면 아무 의미없는 일입니다.
참여하신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성급한 결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하나로 2000」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만큼 시장에서 훌륭한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찬모 원장 =중국 연변을 방문해 경험한 일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연변 지역에 있는 북한의 과학자들은 남한과 북한의 한글자판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불편이 다소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만일 통일이 된다면 이번 작업은 높은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선택의 자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통일이 되면 남북한이 공통 한글자판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정석 선임연구원(ETRI 네트워크 경제팀) =남북 통일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독일의 통일과정인데 언어문제와 관련해 독일의 통합에 관해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분단 이전 외세에 의해 우리말과 글이 오랫동안 사용되지 못했고 분단 이후에는 언어 이질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기 이전부터 동일언어를 사용했고 분단 이후에도 언어이질화 현상이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역사적 차이로 인해 결국 다른 통일 모델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하나로 2000」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한글자판을 공통으로 채택하게 된다면 이는 새로운 통일의 기반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남용 교수(숭실대 컴퓨터학부) =한글자판에 대한 공동연구가 가시화된 만큼 이제부터는 데스트톱 입력 자판뿐만 아니라 각종 첨단 제품인 휴대폰과 PDA 입력기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야 하며 기능 키(key)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강태헌 사장(한국컴퓨터통신) =현재 국내에서 「표준」이라는 용어는 결국 단일 혹은 하나를 의미합니다.
「하나로 2000」이 사용자들에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표준에 대한 마인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결국 정부 혹은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데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희성 교수 =표준채택을 강요하기보다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편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정재형 변호사 =「하나로 2000」을 컴퓨터 사용자 곁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때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결국은 사용자들에게 편리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참여하신 분들의 열띤 토론으로 예정된 시간이 다 됐습니다.
남북이 공동개발한 컴퓨터 한글자판 「하나로 2000」은 지금까지 논의된 것처럼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향후 논의는 회원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이른 시간 조찬토론회에 참석해 주신 통일IT포럼 회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말씀 드립니다.
<정리=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