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초 코스닥시장이 1차 하락국면에 접어들 때 골드뱅크는 그해 8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매출은 1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또 반도체 제조업체인 아펙스도 98년 300억원의 매출목표를 발표했으나 결과는 62억7000만원에 그쳤다.
또 하나의 사례. 지난해 5월 비트컴퓨터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닥터비트」라는 현지법인을 설립, 미국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계획은 미국측 합작 파트너를 잡지 못해 결국 없었던 일로 끝났다.
올 4월 와이티씨텔레콤은 마이폰오피스 10만대 수출계약이 임박했다고 발표했으나 해당 국가의 형식승인을 받지 못해 유야무야 됐다.
코스닥기업들의 과대포장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 97년 미래와사람의 「냉각캔」 사건은 코스닥등록기업들 사이에서는 전설적인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금도 제2의 냉각캔사건을 만들려는 코스닥기업들의 눈물겨운(?)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것이 매출액 부풀리기다. 코스닥기업중에서 매출부풀리기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만성적인 불감증 상태다.
미 나스닥기업들은 분기별 매출실적 발표를 마감시점의 훨씬 이전에 발표한다. 매출발표가 늦을수록 매출조작 가능성으로 주가하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닥기업들은 정반대다. 마감이 임박한 시점에 그것도 유사업체끼리 서로 실적 비교경쟁까지 벌이면서 발표한다. 또 경영진의 의중도 반영하는 등 뻥튀기 실적발표가 대부분이다.
매출액 과대발표와 함께 기술 및 제품개발, 해외진출모색, 신규사업발표 등도 기업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는 기업부풀리기 수법들이다.
최근 코스닥기업 사이에서는 계열사 확장경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10여개 기업들이 적게는 5개, 많게는 20개 이상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이 내걸고 있는 것은 업체간 상호 시너지효과가 가능한 지주회사인데 일부는 대기업들의 선단식경영을 답습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업중 하나가 지난 21일 부도난 한국디지탈라인이다. 디지탈라인은 자사와 전혀 상관이 없는 금융업과 유통업까지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이들 기업 대부분 공모자금이나 유상증자 자금으로 기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조사 기관인 KRG는 지난 98년부터 올 6월 말까지 2년 6개월간 130개 주요 IT기업들의 사업내용 발표과 이행상황에 대해 23개 증권사 전문가 3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결과를 보면 이 기간중 신제품 발표 209건 중 제대로 지켜진 것이 179건이며 30건은 아예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발표는 74건중 43건이 비교적 실적에 가까웠으나 31건은 4∼5배, 20배 이상 발표한 기업도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증권전문가의 86.2%가 『각종 허위 과대발표는 주가상승 의도가 있으며 이를 직간접적으로 목격했다』고 대답했다.
이달 말경 기업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는 한원마이크로웨이브 장형식 사장은 『코스닥등록을 위해 기관투자가 등 주위에서 매출부풀리기를 권유받아 매출비중이 큰 시스템사업에 뛰어들어 부품전문업체라는 기업 이미지가 퇴색됐다』면서 『기업설명회에서 그동안의 그릇된 시각을 사과하고 평소 꿈꿔왔던 세계적인 RF부품 전문업체 실현에 혼신의 힘을 다 쏟을 것 임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스닥기업들의 과대포장이 갈수록 지능화, 첨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정도경영이 한국디지탈라인의 부도로 시험대에 올라있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