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시장이 열린다>2회-거점마련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수출의 가장 큰 고민은 현지시장을 어떻게 파악하고 접근하느냐는 것이다. 시장상황을 모르고 자기 위주의 무조건 좋다는 자가당착적인 판단은 실패를 나을 뿐이다. 해외시장 조사가 중요성을 더하는 것도 현실을 똑바로 알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한다는 필요때문이다. 비근한 예가 중국시장이다. 5000년 역사를 같이 해왔고 어느 나라보다 가깝다고 생각한 중국시장이 가져다준 교훈은 아무리 가까워도 수출의 이웃은 없다는 사실이다. 문화적 특성을 모르고 덤벼드는 이에게 쉽게 빗장을 열어줄 나라는 없다.

동유럽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역만리 떨어져 생활습관이 다르고 사고방식이 크게 다르다. 비록 현재 경제수준이 낙후하고 IT산업 후진국이라고 해서 국내상품이 먹혀들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기대다. 동유럽의 보수성이 개방화 이후에도 여전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보수성은 같은 제품이라도 인근 유럽지역의 제품을 선호하는 보호세력으로 또아리를 틀고 있다. 또 공산사회가 그렇듯 과거를 청산했다 해도 잔재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방인에 대한 배타, 고율의 세금, 투자의 한계성 등이 진출의 함정으로 곳곳에 숨어있다. IT의 개방성이 침투하기에는 보다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동유럽 진출은 어느 대륙, 국가 못지 않게 신중을 기해야 한다. IT수출의 붐이나 캐치프레이즈 차원에서 벗어나 실익을 챙겨 올 만한 확실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지진출의 첫 과제가 거점(據點) 마련이다. 동유럽 진출의 거점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대륙인 만큼 어느 나라가 물리적 시장형성이 가능한지를 살피기란 쉽지 않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시장이 있다면 바로 폴란드다. 폴란드가 동유럽 IT시장의 거점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크게 다섯가지로 대별된다. 먼저 폴란드의 역사가 한국의 역사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왔다는 사실이다. 과거 수난의 역사가 한국과 흡사하고 따라서 동유럽국가 중 가장 한국과 유사한 국민성을 갖고 있다. 물론 유럽과 아시아라는 지역적 차별성을 두고 볼 때 괴리감은 있지만 그나마 한국업체들의 진출이 용이한 지역이다.

둘째, 폴란드의 인터넷 주변상황이 2년전 한국의 상황과 흡사하다. 최근에는 PC게임방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되고 있어 2년전 한국의 인터넷 발전상황과 유사점을 띠고 있다. 과거 2년전 국내 인터넷 발전이 어떻게 이뤄졌느냐를 추리해 보면 나름대로 시장 돌파전략이 수립될 수 있다.

셋째, 동유럽국가 중 가장 많은 인구로 자체시장 형성이 가능하다. 인근 체코나 우크라이나·헝가리 등이 1000만명도 안되는 인구소국인 데 비해 폴란드는 4000만명을 갖고 있는 대국이다. 또 인구 대부분이 IT에 대한 소비력이 왕성해 폴란드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IT시장이 될 수 있다.

넷째,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동유럽 어느 나라보다 좋다. 폴란드는 한국기업인 대우자동차·대우상사 등 대우그룹의 주요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대우 관련 기업들의 경우 폴란드 경제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한 기업으로 폴란드 국민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놔 한국기업의 진출에 용이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교차로 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는 지리적·경제적 여건을 갖췄다. 러시아의 대도시 민스크와 육로로 4∼5시간의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서유럽의 대국 독일과 국경이다. 따라서 폴란드 좌우로 러시와와 서유럽을 가로지를 수 있으며 남으로 동유럽지역, 북으로 북유럽국가와의 교류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대륙별 거점마련은 수출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서구의 아시아 수출거점이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몰리는 것도 물류와 제반 환경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동유럽 역시 경제환경과 물리적 위치, 수용성 등을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