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씨가 전자책(e북) 「하늘길」을 발표했다는 소식에 80년대 그의 소설을 통과의례처럼 읽은 386들은 묘한 감정이다. 보수, 현학, 박학다식, 그리고 밤새워 읽었던 그의 빛나는 재능이 디지털 문자로도 똑같은 감동을 줄 것인가.
한 시대를 풍미한, 이제는 대가급에 서 있는 소설가의 홈(http : //www.munyol.pe.kr)에 대한 첫인상은 일단 「볼 게 많음」이다. 이문열 소설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재미와 함께 주어지는 막대한 양의 정보들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홈이다. 물론 이 홈만으로는 70, 80년대 그의 소설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역시 우리를 이끌기에는 충분한 매력이 있다.
더구나 그의 육성으로 인사말을 들을 때는 새삼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이제는 중년이 된 그의 근황이 궁금한 젊은 시절의 애독자들은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그가 이끄는 부악문원의 제자들은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그의 최근 소설들은 무엇인지 등등을 알 수 있다. 그가 홈에 띄우는 소설 「장군과 박사」도 볼 수 있다.
그의 가족사를 통해서 이제는 지나간 시절의 에피소드같이 여겨지기도 하는 분단의 처절한 우리 민족의 자화상을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다시 그의 소설들에 대한 소개로 눈이 가게 된다. 이념문제뿐 아니라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한 탐구, 우리 전통 산문에 대한 식견, 인간 폭력의 근원에 대한 고찰 등이 탁월한 이야기꾼의 입을 통해 펼쳐지던 그의 소설들이 다시 우리를 찾아오는 느낌이다.
「사람의 아들」 「젊은날의 초상」 「황제를 위하여」 등의 초고 사진도 감회를 더한다. 손으로 소설을 쓰던 때가 있었나 싶은 요즘, 그 초고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가 참 짧은 시간에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살아왔다는 걸 다시 느끼게도 된다. 이문열씨의 소설들이 그 과격한 변화들을 잘 견디고 디지털 시대에도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길 바랄 뿐이다.
<고은미기자 emk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