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컬럼>훈련된 방청객 vs 자발적인 방청객(2)

첫 자발적인 방청객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프로포즈」는 4시 30분이었던 녹화시간을 7시로 바꾸고 녹화 안내 고지를 무려 20회나 하는 등 여러모로 안간힘을 쓴 결과 이제는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게 됐다.

「프로포즈」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가 하면 크리스마스같은 분위기 좋은 계절의 「프로포즈」 방청권이 수만원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언젠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프로포즈」 방청권이 유명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경매에 올려 졌는데 낙찰가가 얼마가 되었을까. 놀라지 마시라, 15만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낙찰자는 아마 죽이는 분위기의 데이트가 필요했던 커플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프로포즈」는 데이트 족들에게 매우 인기있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무림 고수 자리를 놓고 다투는 자발적 방청객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다. 한때 가장 인기있었던 방청권 중 하나는 「열린음악회」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그래서 KBS 홍보실에서는 「음악회」 방청권을 무슨 선물인양 여기 몇십장, 저기 몇십장하고 배포해 주고 했던 일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회」의 시대는 「프로포즈」에 밀리고 말았다. 금값이었던 음악회 방청권을 10장 줘야 프로포즈 방청권 1장과 바꿔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인터넷과 PC통신상에 떠돌아다니더니, 이제는 「프로포즈」 방청권을 10장 주어야 「개그콘서트」 방청권을 1장 준다는 이야기가 통신에 나돌기 시작한다. 역시 무림의 고수는 항상 후진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어 있다는 무협지 말씀은 진리인가 보다. 주의! 방청권 교환 비율은 꼭 말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또 조금 엽기적인데 애절하면서도 배꼽잡는 이야기.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어느 아버지가 한 분 계셨다. 아들은 당시 방청신청을 인터넷과 통신으로 받던 「뮤직뱅크」를 너무 방청하고 싶어했는데 도저히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한이 되었고 아버지도 그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결심했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방청권을 위조하기로. 그래서 그냥 하얀 종이를 네모나게 잘라 그냥 이렇게 썼다. 「뮤직뱅크 방청권」. 아들은 입장했을까. 물론 입장하지 못했다. 뮤직뱅크 방청권은 엽서 형태로 되어 있어 앞면에는 칼라 사진이 인쇄된 고급형 방청권이기 때문에 위조 방청권은 현장에서 즉시 발각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자는 슬퍼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냐면 방송은 못탔지만 그 다음날 신문을 탔기 때문이다. 부자는 그 엽기성 때문에 해외(?)토픽난에 나란히 실렸다. 이 이야기는 진짜 진짜 실화다.

TV넷 커뮤니케이션즈 대표(http://www.tv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