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금맥을 캐는 최종 승자는 누굴까.」
국내 웹 에이전시 시장을 놓고 한 판 진검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 규모의 전문업체가 겨루던 「마이너 리그」 시장에서 자본과 브랜드를 앞세운 대기업과 해외업체가 잇따라 진출하면서 「메이저 리그」로 급부상할 태세다. 미국 30대 웹 에이전시 업체 가운데 하나인 에이전시닷컴이 이미 국내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삼성의 인터넷 전진기지인 e삼성이 오픈타이드를 출범하고 패권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세계적 웹 에이전시 업체인 미국 레이저피시·마치퍼스트도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한국 입성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LG·SK도 조만간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뒤질세라 토종 전문업체도 인력과 자본 규모를 늘리고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수성전략 수립에 여념이 없다. 일대 격전을 앞두고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인터넷시대에 대표적인 청바지와 곡괭이 장사로 비유되는 웹 에이전시가 그만큼 사업성이 밝다는 방증이다.
국내 웹 에이전시 시장이 이처럼 부각된 데는 온라인광고대행사와 웹디자인회사의 공이 크다. 에이전시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지난 90년대 중반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개척자」 역할을 자처하며 시장을 열어나가기 시작했다. 홍익인터넷을 비롯해 클라우드나인·클릭 등은 웹페이지디자인으로 출발해 웹사이트 구축, 정보기술을 흡수하며 간판 에이전시 업체로 부상한 대표적인 디자인 중심의 회사다. 또 드림원이나 디킴스는 온라인광고 대행사업에서 웹 구축이나 컨설팅을 보강하고 에이전시사업에 뛰어든 케이스다. 또 하나의 축은 소프트웨어나 솔루션 사업에서 에이전시로 방향을 튼 회사군이다. 네트로21·이모션이 대표적인 정보기술기반의 웹 에이전시 전문업체다.
사실 국내에서 이들 업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지난 97, 98년만 해도 인터넷비즈니스 중 웹 에이전시는 그리 각광받는 분야가 아니었다. 웹 에이전시 업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웹사이트를 하청받아 단순제작하는 수준이었다. 단순한 웹사이트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위주의 서비스에 그쳤으며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가 난립했다. 한마디로 웹에 대한 고민없이 주문에 따라 웹사이트 디자인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주는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이어 98년을 넘어서면서 웹을 마케팅 도구로 제작해 주는 웹 에이전시가 등장했다.
지금과 같은 종합 e서비스형태는 아니지만 그나마 에이전시의 틀을 갖춰 나가는 시기였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가 중심이었으며 전략과 정보기술 분야 인력이나 경험을 갖지 못해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었다. 올해들어서야 크리에이티브에 정보기술과 비즈니스컨설팅을 보완한 종합 웹 에이전시가 하나 둘 출현하기 시작했다. 삼성이 투자한 오픈타이드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올해를 실질적인 국내 웹 에이전시의 원년이라고 부르고 있다. 웹 에이전시 원년인 새천년 첫 해 이들 모두는 출발은 다르지만 지금은 같은 시장을 놓고 때로는 동지로 때로는 적으로 수성과 공략에 나서는 상황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