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전유성씨는 중견 PC업체인 디오시스 내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불린다.
광고 제작이나 판촉 이벤트를 할 때마다 샘솟는 그의 아이디어에 사원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
얼마전부터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비무장지대 광고 역시 그의 작품이다. 사행시를 통해 광고 문구를 공모하자는 제안부터 직접 모델 출연까지 3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다.
이 정도면 「기획 홍보 담당이사」라는 그의 직함에 걸맞은 역할을 해내고도 남음이 있다. 이제는 「전 이사님」이라는 호칭도 어색하지 않다.
회사측에서도 이런 그의 노력 덕분에 나날이 매출이 늘어나 신바람이 났다.
디오시스는 컴퓨터 서적 출간 등으로 일반인들에게 컴퓨터 관련 지식이 해박하기로 소문난 그의 이력과 회사 직원들이 평소에 전씨와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어온 것을 마케팅 성공요인으로 꼽고 있다.
전씨처럼 연예인이라는 본업 외에 벤처기업의 홍보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사례를 주변에서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게임 개발 벤처기업인 조이인터렉티브에서는 화장기없이 회사에 출근해 간단한 업무를 보곤 하는 탤런트 이승연씨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다.
벌써 4개월째 이 회사 사외이사로 활동중인 이씨는 게임 홍보 외에 일주일에 두세번씩 회사를 방문해 직원들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배우 김혜수씨를 홍보이사로 영입한 캐릭터랜드 역시 광고모델로 그녀를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김씨가 평소 TV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자사의 인형 등을 들고 나가게 함으로써 자연스러운 광고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유명 연예인 이사 영입 붐은 올해 3, 4월경 절정을 이뤄 이 기간 굵직한 연예인을 모셔간 것만도 20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유명 연예인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연예인 입장에서는 스톡옵션을 받아 미래에 목돈을 챙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연예인의 벤처행은 줄을 이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연예인의 벤처행은 성공보다 실패사례를 더 많이 남기고 있다.
인기 탤런트 K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던 C사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빡빡한 K씨의 스케줄 탓에 조인식 이후 그의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게다가 회사수익마저 여의치 않아 그의 스톡옵션의 가치는 모델료 수준에도 못미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예는 비단 이 업체뿐만 아니라 연예인을 홍보이사 또는 사외이사로 영입한 대부분의 벤처들이 겪는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철저한 사전검증 없이 무작정 얼굴마담격으로 이사직을 제안한 기업과 홍보 마인드 없이 스톡옵션만을 바라보고 이에 동의한 연예인 모두 실패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 인기 만화가를 영입해 홍보업무까지 맡길 것을 검토중인 H사의 한 관계자는 『스타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사전에 기업 성격에 맞는 인물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연예인들도 이름만 걸어두려 하지말고 이사로서의 직분을 성실히 수행하려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벤처가 한창 활성화됐을 때 연예인 이사 영입 붐이 절정에 달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 때문에 벤처기업들의 스타 마케팅이 주춤해 있지만 아직 성공 여부를 따지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같은 시행착오가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 스타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