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의 신작 「키드 에이」는 팬이나 평론가에게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특히 세기말의 대히트곡인 「크립」으로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번 앨범은 아마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어쩌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앨범으로 처음 라디오헤드를 만나는 팬들이라면 이번 음악에 쉽게 설득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원래 이들은 이런 음악을 하는군』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일련의 히트곡인 「크립」 「엑시트 뮤직」 「노 서프라이즈」 「하이 앤드 드라이」 등으로 세뇌당한 사람들에게 이 앨범은 솔직히 배신감마저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물론 라디오헤드의 트레이드마크인 톰 요크의 음울한 보컬이 여지없이 앨범 전체를 누비고는 있지만 그외에 다른 요소에서는 라디오헤드적인 것을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리듬감을 거부한 앰비언트적 사운드, 몽환 속에 빠지게 하는 트립 합의 중독성, 또한 진보적인 색채를 지닌 아트록적인 마인드. 이 정도가 그런대로 라디오헤드의 신작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다.
이러한 단어의 조합은 원래 팬들이나 평론가들이 「키드 에이」를 평하기 위해 준비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앨범이 나오자마자 평론가 군에서 「마스터피스」라는 말이 거침없이 흘러나왔고 이름있는 유수의 음악 전문지의 리뷰 역시 찬사와 높은 평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기선을 제압당한 상황이고 보니 어느 누구도 섣불리 「키드 에이」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소리칠 용기있는 소년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사실 이번 앨범은 걸작일 수는 있겠지만 대중의 입맛에 쏙 맞도록 만들어진 달콤 쌉싸름한 작품은 아니다. 때문에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편안한 감정보다는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거니까 들어봐!』라고 강요당하는 것같은 중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라디오헤드는 한술 더 떠서 단 한 곡의 싱글도 커트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이는 특정한 어느 한 곡이 아닌 앨범 자체로 평가받겠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될 수 있다. 하여간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앨범은 10월 21일자 빌보드 앨범차트 1위 핫 샷 데뷔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96년에 프로디지가 차트 1위에 오른 이후 실로 오랜만에 영국 밴드가 미국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기록이다. 하지만 「키드 에이」는 이내 10위로 떨어지며 지난주의 명성에 흠집을 입히고 말았다. 아마 계속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 분명하다. 화제성으로는 성공했지만 뒷심으로 작용해야 할 음악성에서 지나치게 앞서가는 누(?)를 범했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대중들보다 반 발짝 혹은 한 발짝 앞서가야 한다는 것은 「강호의 법칙」이다.
라디오헤드의 열혈팬인 필자는 「키드 에이」를 반복숙달해 비로소 좋아하게 됐지만 모든 대중들이 그 앨범을 좋아하기 위해 리와인드하며 학습할 리는 없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라디오헤드의 신보 「키드 에이」의 아이덴티티이다.
<대중음악 칼럼니스트·드라마 작가 heymrlee@netsg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