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21세기 인간의 수명 연장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밝혀내려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등 생명공학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최근 일본에선 암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과 이의 치료에 관한 연구가 한창이다.
이달 초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일본 암학회 총회」에서는 유전자의 새로운 진단기술인 「DNA 칩」을 통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기법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히로시마대학 원폭 방사능 의학연구소의 니시야마 다다히코 교수 등은 DNA 칩으로 암 세포의 유전자 활동을 조사해 그 결과를 토대로 「위암」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실험을 개시했다. 이 연구소가 DNA 칩으로 조사한 것은 인간의 체내에 들어간 약물의 분해 및 항암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7가지 유전자였다.
연구소가 사용한 DNA 칩은 작은 유리기판 상에 다수의 유전자를 나열한 검사기구로 세포를 유리기판에 올려놓는 것만으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유무를 간단히 판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는 검사결과를 통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대상으로 항암제의 효과를 측정하고 암 치료제인 「시스프라틴」 및 「플오로우라실」 등 다양한 항암제를 혼합한 총 12가지의 치료법을 개발, 이중 환자 개개인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했다.
이번 히로시마대학의 임상실험은 DNA 칩을 암환자 치료에 이용한 일본내 최초 실험이었기에 특히 주목받고 있다. 니시야마 교수는 임상 실험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높은 항암제를 판별할 수 있어 약에 의한 부작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학은 이번 실험을 계기로 환자의 체질에 맞는 약을 구별해 사용하는 「테라메이드 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동경대학 의과학연구소는 「식도암」 「난소암」의 세포를 조사, 항암제의 효과를 높이는 유전자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2만종의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는 DNA 칩을 사용했다. 이 연구소 나카무라 유스케 교수는 DNA 칩 사용으로 환자별로 질병에 반응하는 체질이 다르다는 것을 판별할 수 있는 유전정보인 「일염기판이다형(SNP)」을 해석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향후 1만종류 이상의 유전자를 새롭게 발견한다는 계획이다.
암의 재발을 방지하는 실험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국립암센터」는 식도암이 임파선으로 번지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지금까지 식도암은 일단 전이되면 수술을 해도 재발되고 생존율도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수술시 DNA 칩으로 진단하면 임파선의 제거 여부를 간단히 측정할 수 있어 신속한 수술 여부의 판단이 가능하다.
DNA 칩을 사용한 진단 및 치료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첫째 올 6월 인간 게놈(인간의 전유전정보)의 해독이 거의 완성된 데 힘입은 바 크다. 인간 유전자의 해독으로 암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수백종이 밝혀졌다. 둘째로는 값싼 DNA 칩의 시판을 들 수 있다. 「다카라 주조」는 지난해 9월 암연구용 DNA 칩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회사가 내놓은 DNA 칩은 암 억제 유전자인 「P53」 및 대장암에 작용하는 「APC」 등 약 420종류의 유전자를 단 한번의 조사로 알아낼 수 있다. 가격은 2장에 6만5000엔으로 기존 제품의 십분의 일 수준이어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러한 DNA 칩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학회에서 발표된 DNA 칩 연구성과는 적어도 28건 이상 됐지만 그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사례도 적지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검사 대상 환자를 엄선해 정확한 방법으로 검사하지 않으면 임상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유익한 정보를 얻어내지 못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암학회는 DNA 칩을 이용한 질병 치료가 한낱 붐으로 끝나지 않고 임상실험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돼 암 극복의 일대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DNA 칩의 보다 과학적인 검증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