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영 제3시장 협의회장 sky@softland.co.kr
제3시장이 당초 설립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한대로 개장초기부터 심각한 침체상태에 빠지기 시작한 이 시장은 최근에는 하루 거래금액이 5억원대에도 미치지 못해 과연 이것이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이냐 하는 의문까지 들게 하고 있다.
물론 제3시장 지정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회사들과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더욱 냉랭하게 변했다.
현재 제3시장 지정기업들이 겪는 가장 대표적 애로사항은 물론 주가폭락이다.
주가하락이 비단 제3시장에 한정된 현상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제3시장 지정기업들은 코스닥시장과 거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출발, 장외시장에서 거래될 때의 주가보다 최소 50%에서 최대 90%까지 주가가 떨어졌다. 그로 인해 많은 주주들과 기업내 직원들로부터 거센 항의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기존에 추진되던 해외 투자자금의 유치나 국내 창투사로부터의 자금유치가 주가폭락으로 무산되거나, 심지어는 기존 주주들로부터 주주배정방식의 유상증자조차 불가능해져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활동이 더욱 위축되고 있는 점이다.
이 모든 것들은 이미 수차례 제기했듯이 제3시장 개장초기부터 지적됐던 양도세문제와 상하한폭 제한규정의 미비, 호가중계시스템 등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다.
이미 여러차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제3시장의 제도개선 요구가 있어 왔지만 관계당국의 무관심과 이에 따른 제3시장의 급속한 위축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관점에서는 제3시장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보다 이 시점에서 시장에 대한 순기능이 무엇인가를 파악, 새로운 기능의 시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주식시장이 위축되고 코스닥이 폭락한 시점에서는 오히려 제3시장의 역할도 상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백개의 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러한 대기 기업들을 제3시장으로 유도, 코스닥 신규등록 기업의 억제를 통한 코스닥의 수급 불균형을 조절함으로써 코스닥과 거래소 시장의 조기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무엇보다도 제3시장이 활성화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미 지난해부터 과거에 없었던 장외시장에 대한 투자가들의 직접투자방식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즉 과거 대기업 위주로 자금지원이 편중된 구조 하에서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고리의 이율로 자금을 유치,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대기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악습이 더이상 재발돼서는 안되며 훌륭한 사업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갖고 자금이 없어 창업을 하지 못하는 진정한 벤처 중소기업인들에게 제3시장은 중요한 등용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당국에서는 이 시장을 인력 및 예산의 부족과 시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또 이를 단순히 시장이 아닌 호가중계시스템이라는 말로서 그 책임을 회피해서도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