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이 e비즈니스의 리더격이라고 할 수는 없죠. 시기적으로도 먼저 시작하지 않았고….』 포철의 e비즈니스가 결코 다른 산업이나 기업에 비해 앞서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하는 류경렬 상무(PI 정보시스템 담당)는 그러나 느긋한 표정이다.
비록 포철 전체의 2%를 차지하는 재고품에 대해 온라인 장터를 열면서 e비즈니스에 발을 디뎠지만 「스틸앤닷컴(http://www.stelln.com)」의 지난 두 달간 실적은 포철에서조차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 자체가 종전보다 5% 줄어든 데다 판매단가가 1만8000원이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고객사가 비싸게 산 것은 아닙니다. 고객사 구매 비용을 확인한 결과 1만5000원 가량 싸게 구입해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불필요한 유통단계를 줄인 결과 사자 팔자 모두 톡톡한 이득을 보았다.
그러나 류 상무가 더욱 주목하는 곳은 다른데에 있다.
『포스코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기존 방식에서는 등록기업이 300여개사였는데 온라인 거래에서는 무려 970개사로 늘어났으며 실 구매고객 수도 134개에서 438개로 늘어났습니다. 재고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행했던 「끼워 팔기」라는 관행이 없어졌기 때문이지요.』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포철과 고객사가 모두 윈윈한다」는 e비즈니스 원래 목표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포철의 e비즈니스는 4가지 축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시작한 스틸앤닷컴 외에 98%를 차지하는 정규품(주문생산품)에 대한 e마켓플레이스 운영이다. 현재 정규품은 8∼10% 정도의 물량이 온라인을 통해 거래되는데 이 정도만 해도 연간 1조원에 달한다. 세번째는 기업소모성자재(MRO) 등 간접 자재품목의 온라인 거래. 이는 한국통신, 한진, 현대 등과 공동으로 「엔투비」라는 MRO 전문 e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 추진중이다. 네번째는 철강 생산에 필요한 맞춤품목의 온라인 구매를 위한 e마켓플레이스 구축이다. 역시 내년 9월 사이트 가동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사이트 개설 후 세계 굴지의 철강기업과 공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지난 73년 포철에 입사한 류 상무는 광양제철소가 만들어진 직후에 조업요원과 제철소의 생산관리분야를 담당했으며 PI추진팀을 맡기 바로 전 2년간은 기술실장을 역임했다. 류 상무의 이런 경력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영혁신과 e비즈니스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원천이다. 류 상무는 내년 7월까지 경영혁신 완료를 목표로 현재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공급망관리(SCM)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한번의 구매 경험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안은 주문 이후를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라는 류 상무는 포철이 갖고 있는 탄탄한 인프라가 성공적인 e비즈니스로 연결시킬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