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사업권 어떻게 될까

30일 오전 9시 LG글로콤이 사업계획서를 정보통신부에 첫 제출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한국통신·SK텔레콤도 잇따라 신청서를 접수시켜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권 레이스가 공식 개막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예비사업자간 논란을 거듭해 온 IMT2000사업권 경쟁은 이제 정부의 최종 심사결과만 남겨두게 됐고 비동기 3개 가운데 1곳은 탈락해야 하는 비운을 맞게 됐다.

그러나 벌써부터 정부와 사업자간은 물론 예비사업자들간에도 △심사기준의 변별력 확보 △정부의 정책의지에 따른 입김작용 여부 △심사위원 구성 등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최종 결과가 나오는 올 연말까지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의지 개입=예비사업자들은 정부의 정책의지 개입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자신들이 비동기식이란 주사위를 던졌지만 그 판정은 정부가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막판까지 계속된 정부의 동기 유도를 정면으로 거부한 채 비동기를 고집, 혹시 「괘씸죄」에 해당하거나 아니면 그에 상응한 불이익을 심사과정에서 감수할 수 있다고 보고 긴장하고 있다.

물론 정통부는 심사의 투명한 절차와 객관성 및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권위있는 인사들로 심사위원단을 구성, 이들에게 모든 결과를 맡기겠다는 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사업자들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모두가 사업권획득을 장담 내지는 자신하고 있지만 「공정한 심사가 보장된다면」이란 토를 달고 있다.

특히 정통부가 기술표준과 관련, 업계 자율에서 2동1비 원칙으로 선회하면서 「균형있는 산업발전」이란 표현을 사용, 과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이 부분을 가장 중시한다면 시장점유율이 처지는 LG 보다는 아무래도 한국통신이나 SK텔레콤에게 화살이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예비사업자들은 이 때문에 심사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은 배제되어야 하며 사업계획, 사업 능력, 국가경제발전 기여 가능성 등 심사기준 그 자체만을 갖고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사기준의 변별력=IMT2000 사업권 심사와 관련, 이미 제시된 심사기준이 변별력을 확보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당초 발표된 심사기준안은 경쟁구도에 따른 우수컨소시엄 선정에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실제로 사업권 경쟁이 기존사업자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 정부는 복수표준 채택 유도 및 특혜의혹 해소에 초점을 맞춘 심사기준안을 발표했다.

사업자 허가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정부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을 둔 심사기준안이었다. 이에 따라 3개 사업자들은 지분율 및 주주구성에서 짜맞추기식의 대동소이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했다.

특히 통신장비업체를 주요주주로 영입,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경우 높이 평가한다는 심사기준안은 LG글로콤을 제외한 여타 예비주자와 장비업체간 반목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연 현재의 심사기준안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선정작업을 진행하고 최종선정이후 탈락사업자가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심사위원 선정=심사위원 선정작업도 난항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심사위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3대 통신사업자들이 제출한 비동기식 사업계획서를 평가해 하나를 탈락시키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

게다가 혹시나 불거져나올지 모를 객관성·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평가기준 적용은 물론 각 심사위원의 개인 이력, 예컨대 예비사업자와 연관된 직무수행 경험 등 검증을 거쳐야 할 단계도 많다.

얼마전 기술표준협의회 위원 일부가 특정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지낸 경력이 뒤늦 게 알려져 한바탕 곤욕을 치른 일도 있다. 이번에도 그같은 일이 재현된다면 파장은 비교할 수없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심사숙고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정부가 최근 심사위원 선정작업을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투명한 심사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학계·연구계·시민사회단체까지 포함하는 심사위원단을 구성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접촉했던 인사들 상당수가 고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심사위원들이 안아야 할 중압감이 만만치 않다는 반증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