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수급개선과 기업·금융기관의 원활한 대외거래 지원을 위해 추진중인 외환거래 자유화계획이 새로운 산업패러다임인 e비즈니스 환경 수용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내년 초 2단계 외환자유화조치로 외환거래의 완전자유화가 이뤄지지만 인터넷은 국경을 넘는 기업간(B2B) 전자상거래(EC)의 결제수단으로 수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글로벌 e마켓플레이스들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거래당사자간 대외 지급결제 방식을 수작업과 은행 창구업무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관계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외환거래의 전면자유화를 기치로 내년 초 2단계 외환자유화조치가 시행되지만 인터넷은 e마켓플레이스를 통한 무역결제수단에서 배제될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재경부 외환제도과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국제무역결제는 국가의 외환관리정책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금융권의 관련 시스템정비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시간을 두고 정책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환정보 관리기관인 한국은행도 이같은 입장은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외환운영팀 이금호 조사역은 『은행권의 전산시스템을 국가간 인터넷 결제업무와 연계하기 힘들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이라며 『시대적 추세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외환관리정책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어 현재로선 검토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을 제외하면 이제 막 시작된 뉴라운드 협상에서 새로운 무역환경 정책을 수립하자는 게 다수 국가들의 견해』라며 『앞으로도 최소 3∼5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야만 인터넷 무역결제가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발전심의회 국제금융분과위 위원인 비자코리아 김영종 사장은 『인터넷이 모든 기업경영에 필수적인 환경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무역거래도 예외는 아니다』면서 『기존 서류작업과 대면접촉에 따른 업무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도 인터넷 무역결제는 적극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화학 e마켓플레이스인 켐크로스 이태길 팀장은 『현재 다국적 은행들과 지불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논의중』이라며 『제도적인 측면과 함께 기술적 정비문제도 남아 있어 상용서비스 후에도 결제업무는 종전처럼 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2단계 외환자유화조치는 거래주체와 한도, 상품종류에 대한 제한은 대폭 철폐하고 있지만 전신환송금·신용장개설·송장발급 등 무역결제업무에 대한 전자문서의 효력은 배제하고 있다. 여기다 계약에 따른 전자문서 「인감」격인 전자서명도 전자서명법·대외무역법 등 관련 법규와 정비가 불가피해 외환자유화조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무역결제는 당분간 요원할 전망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