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실시간 언어 통역시스템 연구로 명성을 얻게 된 ATR를 소개하면.
▲ATR-SLT연구소는 「음성을 음성으로(speech-to-speech)」 통역하는 음성언어 번역기술 개발 전문연구소다. 지난 92년에 미국의 카네기멜론대학교 및 독일의 지멘스와 공동으로 일어, 영어, 독어 등 3개 언어간 음성언어 번역 시연을 통해 당시에는 꿈으로 여겨졌던 음성언어 번역기술의 실현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전세계 6개국 연구소가 참여하는 C-STAR 컨소시엄을 통해 작업대상 영역을 넓히고, 일상생활 말투까지 처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해 실시간 국제공동시연에 성공, 상용화 직전의 기술기반까지 확보해 3단계 사업에 들어갔다.
-음성언어 번역의 상용화는 오랫동안 매우 어려운 일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음성언어 번역기술은 너무나 새롭고 동시에 매우 큰 규모의 신규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흔히 갖기 쉬운 일반적 오해 가운데 하나는 음성언어 번역기술이 기존의 동시통역사 역할을 대신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지만 이 기술의 상용화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고도의 능력을 요하는 동시통역사의 역할은 지속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한정된 분야에서 특정번역에 목적을 둔 시스템의 개발이다. 예를 들어 외국여행자가 식당에서 필요로 하는 대화는 매우 제한되어 있으며 이런 점에 착안한 우리의 연구는 이러한 여행자용 정보시스템에서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시스템의 소형화나 휴대에 필요한 배터리 기술 등 기술 외적인 장애요소에 대한 해결도 낙관하고 있다.
-번역시스템을 상용화하는데 있어 기술적 어려움이라면.
▲5년의 추가 연구기간을 거친 결과 상용화를 위해 여러 사람이 다양한 환경,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되는 개별기술의 개발 필요성이 드러났다. 상용화 추진에서 중시되어야 할 점은 사람간 시스템 개발이란 점이다. 즉, 기기를 이용한 대화시 시스템상의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사용자의 판단에 따른 반복 발성이나 내용의 확인 등을 통해 손쉽게 수정될 수 있도록 양방향 동작이 가능하도록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화번역은 텍스트에서 출발하는 단방향 번역보다 상용화가 오히려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장기비전을 말해 달라.
▲음성번역에는 만국 공통의 영역과 각 나라의 문화에 고유한 영역으로 나뉘어진다. 예를 들어 「호텔을 예약하고 싶다」는 말은 어느 나라에서도 같은 의미가 되겠지만, 상대의 나이에 따른 존칭을 각 문화에 맞게 번역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보편적인 의미를 갖는 작업영역에 대한 연구개발을 해 나갈 계획이다. 정확한 전망은 어렵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ATR-SLT의 설립 만료시기인 5년후에는 제한된 작업을 대상으로 상용화가 이루어 질 것이며 방송뉴스, 강의 등 단방향 번역에 대한 기술개발이 그 후 10년 내지 20년 사이에 추진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어 번역시스템과 관련해 한마디 한다면.
▲일본어와 한국어가 상당히 유사해 한일, 일한 번역은 상대적으로 쉽게 개발할 수 있다. 현재의 우리 시스템의 평가에서도 일한 번역결과가 영어나 독일어에 비해 탁월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한국어, 일어간 통역뿐 아니라 일본어와 기타 언어와의 번역기술이 한국어와 기타 언어간의 번역기술에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그 역도 성립한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은 특히 공동연구가 효과적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C-STAR를 통해 한국의 ETRI와 수행하고 있는 공동연구에 만족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양 기관간의 공동연구가 지속 확대되기를 바란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