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캐피털<3>
『원칙을 세워서 하면 실패하지 않습니다. 벤처 캐피털 역시 벤처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모험입니다. 모험을 공유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사장님이 더 잘 아실 것입니다. 문제는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인지 아닌지 그것을 가리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 같은데, 실제는 그렇지 못하지요. 은행을 비롯한 일반 금융기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원칙에 소홀하기 때문이오. 원칙은 세워놓았으면서도 그것을 지키지 못할 경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오.』
나는 말을 그렇게 했지만, 창투를 하는 과정에 그 원칙을 제일 먼저 깨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 일이 기업경영에 영향을 줄 만큼 큰 것은 아니었지만 권위를 손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벤처 캐피털은 기술력과 장래성이 있으나 담보력이 취약한 기업에 무담보 주식투자의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한 후 투자기업이 성장, 발전하면 보유주식을 매각하여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본 투입뿐만 아니라, 경영관리와 기술지도 등을 제공하여 투자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지원을 한다.
이와 같은 창업투자 회사는 벤처붐을 타고 많이 생겼다. 일반 금융기관인 은행, 투신, 파이낸스, 종금, 신용금고, 투자 자문사 등도 벤처 캐피털을 만들어 참여했고 나의 경우처럼 어느 정도 성공한 벤처기업에서도 창투사를 만들었다. 그렇게 설립된 창투사는 200여개 되었다. 한국의 캐피털은 그 자금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현재는 대기업에서도 손을 댄다. 앞서가고 있는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벤처 캐피털 업계와 대기업이 주축이 된 기업형 벤처 캐피털로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데 한국도 그와 같은 추세로 정착할 것이다.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여 영준창업투자라는 상호로 창투사를 발족하자 많은 신진 기업들이 자금지원을 요청해왔다. 어느 것은 황당한 것도 있고 어느 것은 참신하기도 하였다. 지원규모는 1개 업체당 10억원 이상 최고 100억원까지 지원하는 원칙을 세웠다.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자 가운데는 이미 벤처기업을 세워서 이끌고 나가는 과정에 자금압박을 받는 기업도 있고 아직 창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창업을 하려는 자도 있었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 가운데는 실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그것이 개발될 경우 상품이 될 것이라는 프로젝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