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칼바람 증시엔 보약

서울증시가 정부의 부실기업 퇴출의지가 확고함을 확인하고는 이틀째 상승세를 보였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세를 과대폭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보다는 의미있는 상승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증시가 점차 악재에는 둔감해지는 반면 호재에는 민감해지는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호재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조그만 악재만 나와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증시가 정부의 부실기업 퇴출의지를 계기로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지난달 31일 증권시장은 동아건설 워크아웃 중단과 현대건설 1차부도 소식에 따라 장 초반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선물매수에 힘입어 반등으로 돌아서면서 거래소시장은 9.75포인트 상승한 514.48을 기록했고 오전장에 큰 폭으로 떨어졌던 코스닥지수도 0.5포인트 상승하는 강보합세를 보였다.

1일 주식시장은 오랜만에 개장 초 상승세로 출발, 전날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거래소시장은 34.28포인트 상승한 548.76에 마감됐으며 코스닥시장은 1.68포인트 오른 76.36에 장을 마쳤다.

현대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동아건설 퇴출 결정이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전환점을 형성한 사건으로 부실기업 처리 문제가 그동안 서울증시를 억누른 최대 내재요인이었는데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표명함으로 증시에 의미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소시장은 거침없이 600선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증시가 안정세를 보여준다면 650선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코스닥시장도 85선까지는 무난히 넘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정부와 채권단이 시장원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점이 외국인을 비롯,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정부가 시장의 룰을 제대로만 진행해 나간다면 짧은 고통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국면전환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부가 부실기업 퇴출이 증시에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점을 인식하고 구조조정 속도에 힘을 더욱 실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기업퇴출 발표 이후의 후유증이나 경기둔화 등을 감안할 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히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SK투신운용 장동헌 본부장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원칙대로 해 나간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미국시장의 출렁거림과 현대건설 문제 등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며 퇴출기업 발표 이후에 나올 은행권 부실문제 등의 후유증 등을 감안할 때 섣부른 추격매수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