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싱가포르에 에어컨을 수출하려던 대우캐리어는 「싱가포르 인정기구가 인정한 제품시험소의 합격증명서를 부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싱가포르 세관으로부터 통관을 거부당했다. 이에 따라 품질시험인정을 위한 재시험에 3명의 전담직원이 꼬박 28일 동안 달라붙어 고생한 끝에 통관을 마칠 수 있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품질의 최고급으로 꼽히는 이 회사의 제품은 기술표준원 한국교정·시험기관인정기구(KOLAS)의 제품시험 공인서를 받았음에도 이같은 보이지 않는 기술장벽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
하지만 우리나라 기술표준원의 KOLAS를 비롯한 세계 28개국 세계시험·검사기구들이 서로 시험·검사 성적서를 인정하는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교역활성화의 또다른 장벽이 걷히게 됐다.
미국 워싱턴DC 메리어트호텔에서 2일 열린 ILAC 상호인정협정(MRA)회의에 참가중인 우리나라 기술표준원 대표단은 전세계 29개국 39개 인정기관이 이 협정에 서명함에 따라 한 제품에 대해 한번의 시험·검사로 전세계 어디서나 시험결과를 수용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들도 기술표준원의 KOLAS시험 성적서만 가지면 수출대상국에서 대우캐리어와 같은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졌다.
기술표준원측은 『이번 ILAC 협정체결에 따라 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과 WTO 설립이후 자유무역의 최대 난제로 남아있던 기술장벽 해소에 진일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ILAC 상호인정협정에 서명한 기관들은 자국내 시험검사기관 또는 교정기관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인정기구들로, 우리나라 기술표준원에서 운영하는 KOLAS를 비롯해 미국의 NVLAP, 중국의 CNACL, 홍콩의 HKLAS, 싱가포르의 SINGLAS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0개국 14개 인정기구, 영국의 UKLA, 프랑스의 KOFRAC, 독일의 DAR 등 유럽지역 16개국 22개 인정기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SANAS를 포함해 총 29개국 39개 인정기구가 참여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