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이 현 국가 기간 산업인 반도체산업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관련 부품 산업의 고른 발달을 꼽는다.
국내 디스플레이 부품업체들은 20여년 안팎으로 기술을 축적해 새로운 디스플레이의 출현에도 언제든지 대응할 정도로 세계적인 능력을 갖췄다.
LG마이크론은 그 대표적인 기업이다. 브라운관의 핵심 부품인 섀도마스크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의 발전에 한몫을 톡톡히 했다. 이 회사는 세계 섀도마스크시장에서 1위 업체다.
LG마이크론이 이제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꿈을 꾼다. 디지털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꿈이다.
올해가 그 원년이다. 2005년에 매출 1조원, 경상이익률 15%를 달성하는 장기비전도 발표했다.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섀도마스크의 비중을 2005년에는 4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그 대신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부품인 테이프 서브스트레이트(tape substrate)와 차세대 메탈테이프 서브스트레이트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용 포토마스크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용 후면판(PRP) 등 신규 사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디지털캠코더, 노트PC, 이동통신단말기 등에 쓰는 테이프 서브스트레이트를 개발, 연내 현대전자, 아남반도체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 얼마전 TFT LCD용 포토마스크를 생산한 데 이어 올연말께 PRP를 양산, 2005년께 이들 3개 품목에서 전체 매출의 43%인 4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섀도마스크 사업을 축소하는 게 아니다. 완전평면용 마스크(FTM:Flat Tension Mask)로 고도화시켜 이 부문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지켜갈 방침이다.
「초정밀 전자부품 분야에서의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 in ultra-fine components)」가 이 회사의 올해 설정한 장기 비전이다.
이러한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이 회사는 정보기술(IT)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부
품 업체의 특성상 이 회사는 지금까지 제품을 생산해 그냥 수요처에 공급하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인터넷으로 얽힌 세상에서 고객의 지위는 그 어느 때보다 한결 세졌고 누구와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또 고객들은 글로벌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품협력업체에 수시로 혁신적인 제품을 제때 공급해줄 것을 요구한다.
이같은 요구에 부응하려면 고객사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생산체제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단계에 이를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바로 IT다.
LG마이크론은 100억원 정도를 들여 기업간(B2B)상거래 등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e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고객사와의 정보시스템을 연결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 고객 지향적인 영업은 물론 사내 자원을 최대한 활용키로 했다.
그 기반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를 구축키로 했다. 전담팀을 통해 3개월전 ERP 구축에 대한 마스터플랜 수립에 나섰다.
시스템만 구축한다고 지식정보화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시스템은 수단일 뿐이다.
LG마이크론은 정보시스템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직과 문화에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최고 1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디지털 인센티브제」를 도입한 것도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디지털시대에 맞게 변화하라는 메시지다.
허영호 LG마이크론 사장은 디지털시대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임직원의 창의성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이와 관련, LG마이크론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원들에게 회사 경영의 기회를 주기 위해 사내 벤처제도를 추진중이다. 또 주인의식을 심기 위해 경영 정보를 공개하는 투명경영도 적극 펼쳐나가고 있다.
LG마이크론은 이르면 이달중 코스닥시장에 진출한다. 증시 환경이 썩 좋은 편은 아니나 견실한 이 회사가 코스닥에 등록하기를 원하는 요청이 잇따라서다.
이 회사의 지난해말 부채비율은 166%. 올해에는 매출 증가와 수익성 증대로 그 비율이 더욱 떨어졌으며 이번 코스닥 등록으로 공모자금을 끌어들이면 100% 미만으로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LG마이크론은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전략적 사업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또 코스닥 등록으로 세계 1위의 사업 품목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벤처기업들에 가려져 의욕이 꺾였던 임직원들에게 큰 활력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허영호 LG마이크론 사장은 『우리가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라기보다 포토에칭과 같은 핵심 기술을 신규 사업에 특화하는 것』이라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5년 이내에 일류 디지털 부품업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세상이 돼도 제조업의 경쟁력은 그대로 지속되며 다만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진다.
LG마이크론이 「글로벌 디지털 부품업체로의 도약」 선언은 그동안 쌓은 기술 노하우가 오히려 디지털시대에 와서 꽃을 피울 것이라는 자신감을 담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