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벽을 넘어 2050>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홍성원, 기가링크 김철환사장

만추에 접어든 테헤란로 오후. 아셈빌딩 5층에 위치한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는 한 손님이 찾아왔다.

『어서오십시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인터넷 붐을 업고 이제는 세계 3대 기업으로 성장한 시스코시스템스의 국내 지사장과 시스코 신화를 꿈꾸며 올해 무섭게 성장한 국내 벤처업체 수장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의 홍성원 사장(56). 그는 한국 IT산업의 산증인이다. 홍 사장은 81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설계공학과 교수, 95년 현대전자 부사장을 거쳐 이듬해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기업인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사장에 오르기까지 국내 IT성장과 궤를 같이 해왔다. 또 한국지사를 매출 측면에서 세계 5대 시장으로 성장시킬 만큼 지사 운영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였으며 인터넷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왕성한 대외활동을 전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타 다국적 기업 국내 사장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홍 사장과 의자를 사이에 두고 기가링크의 김철환 사장(35)이 수줍은 표정으로 위치했다. ADSL처럼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네트워크 장비인 「T랜」 개발업체로 알려진 기가링크는 올해 가장 두각을 보인 국내 네트워크 벤처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12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0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벤처업체의 「앙팡테이블」로 불리고 있다.

어쩌면 경쟁관계일 수 있고 상호 협력관계로도 이어질 수 있는 두 CEO의 만남은 처음은 다소 어색했지만 홍 사장의 따뜻한 환대에 곧 부드러운 분위기로 바뀌었

다.

공학박사이기도 한 홍성원 사장은 우선 『어떤 제품을 개발했기에 그렇게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냐』며 기가링크의 제품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 김 사장은 자사 제품을 자세히 소개하더니 수첩을 꺼내들고 홍 사장에게 『시스코의 기업문화를 알고 싶다』며 질문을 던졌다. 『시스코의 대표적인 기업문화는 「고객성공」을 들 수 있습니다. 고객만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이지요. 고객의 범주도 국내기업과는 다릅니다. 시스코의 고객은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주주·협력회사까지 포함합니다. 결국 이 4 고객은 책상에 붙어있는 4개 다리와 비슷합니다. 어느 하나가 빠져도 중심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홍 사장의 시스코 기업문화 설명은 이어졌다. 『직원에게는 세가지를 강조합니다. 우선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정직해야 합니다. 시스코에서는 북극에 냉장고를 파는 그같은 상술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정직하지 않다면 고객을 성공시킬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죠. 지속적인 능력개발도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인품을 요구합니다.』

기가링크의 김철환 사장은 이같은 설명을 경청하더니 『설립된 지 1년이 겨우 지났고 인원도 60여명에 그쳐 제대로 기업문화를 갖지 못했다』며 『아직까지 직원들이 젊고 도전해보자는 패기만으로 기업을 키우고 있지만 제대로 된 기업문화가 정립돼야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시스코의 기업문화를 되새겼다.

홍 사장은 『제가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했을 때 1주일에 3번씩은 중소기업을 방문했다』며 『그 당시 국내 풍토는 중소기업이 커나가기에 참 어려운 상황이라고 느꼈다』고 회고했다. 홍 사장은 이어 『이제 국내기업들은 옥토에서 자라난 해외 기업들과 내수는 물론 해외에서도 무한 생존경쟁을 해야 한다』며 한편으로는 대견해하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 사장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기가링크를 설립하기 이전에 몇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해외업체들도 해내지 못한 것을 한번 해보자라는 의지로 제품을 개발했다』며 『결국 이것이 시기와 절묘히 맞아 떨어지면서 큰 성과를 낳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벤처업체들이 훌륭한 인재를 보유하면서도 새로운 제품보다는 남들이 개발한 제품, 집중화보다는 다양화로 방향을 정립,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전문화된 솔루션 개발을 통해 세계 속의 벤처기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로 김 사장이 질문을 하고 홍 사장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이번 만남은 예정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홍 사장은 마지막으로 『기가링크가 정말 세계 속의 통신장비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국내 IT산업 1세대로서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넸으며 김 사장은 『많은 도움이 됐다. 앞으로 지켜봐달라』는 말로 홍 사장에게 인사를 대신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약력

홍성원 사장

△1945년 충남 논산 출생

△1967년 육사 졸, 75년 콜로라도대 볼더교 대학원 전자박사

△1981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1996년 현대전자 통신부문장 부사장 겸 정보통신연구소

△1996∼현재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사장

김철환 사장

△1965년 전북 전주 출생

△1993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93∼97년 데이콤 종합연구소

△1997∼98년 미디어링크 통신기술연구소

△1999년 기가링크 설립

△현 기가링크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