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회의 디지털세상 이야기>22회-구조조정 자전거타기

구조조정이 다시 세간의 화두다.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기업도 방심하면 언제라도 쓰러질 수 있다. 냉혹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IBM은 80년 중반까지만 해도 포천지가 4년 연속 초우량기업 1위로 선정할 만큼 대표적인 성공기업이었다. 투자자들이 IBM주식을 「블루칩」으로 부를 만큼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는 동안 어느 순간 회사에는 타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급변하는 시장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방식에 집착했다. 그 결과 91년 IBM은 30년만에 첫 적자를 내더니 93년에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81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드디어 93년 4월 IBM은 사외에서 회장을 영입했다. IBM 창업이래 초유의 일이다. 그가 바로 루이스 거스너 회장이다. 그는 IBM이 잘못해 온 원인 두 가지를 찾아냈다. 첫째는 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떠나 있다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고객 제일주의의 회사가 어느 새 고객보다 내부를 먼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니 고객의 신뢰를 잃고 고객이 떠날 수밖에 없었다. 둘째는 앞선 기술을 제대로 활용치 못했다는 것이다. IBM은 개방형 유닉스 시스템을 먼저 개발했으면서도 그것을 무시하고 대형 시스템에 안주한 전략적인 실수를 범했다. 그로 인해 크라이언트-서버시장에서 뒤지기 시작했고 나아가 SW시장에서, 네트워크 컴퓨팅 분야에서도 뒤처지기 시작했다.

IBM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내부지향의 마인드를 고객만족, 고객위주로 돌리는 일

이었다. 그리고 거스너 회장은 네가지 경영혁신을 시작했다. 「구조조정」 「사업전략 쇄신」 「프로세스 혁신」 그리고 「새로운 기업문화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리스트럭처링을 통해 고비용구조를 과감하게 바꿨다. 전세계적으로 31만명의 직원 중 고객을 상대하지 않는 비영업 부분을 2년 동안 반으로 줄이고 영업직은 오히려 늘리면서 22만명으로 줄였다. 이때 한국IBM도 1500명에서 1100명으로 인원이 줄어들었다. 불필요한 부동산도 매각하고 사무실은 장기임대를 원칙으로 했다. 그 결과 IBM은 1994년에 3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그해 말에는 60억달러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IBM은 이를 즉각 사업전략 강화와 리엔지니어링에 투입했다. 영업조직을 쇄신하고 새로운 부문에 투자를 강화했다. IBM의 제품군을 개방형 서버 시스템으로 바꾸고 로터스나 티볼리같은 기술기업을 과감히 인수해 e비즈니스전략을 구현할 발판을 마련했다. 조직도 프로세스 중심의 경영체제로 과감하게 리엔진니어링했다. 그 결과 IBM의 모든 조직은 고객 위주로 재편성되었다. 종전에 지역·나라별로 운영되던 조직을 산업·기술별로 재통합해 범세계적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단일 지원체제를 갖췄다.

기업문화도 혁신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IBM의 자랑이던 평생고용제도를 과감히 폐지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성과문화와 함께 일하는 협업문화를 정착시켜 나갔다. 직원들이 맡은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도록 기술인증제도를 시행, 공인전문가를 키우고 3년마다 다시 인증을 받지 않으면 탈락되는 전문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1999년부터 IBM은 웹을 중심으로 모든 프로세스를 바꾸는 본격적인 e비즈니스에 착수했다. 그 결과 1999년에 하루 평균 4000만달러의 제품이 전자상거래로 이루어져 연간 148억달러의 온라인 매출을 기록했다. 거래업체와도 e구매를 도입해 130억달러 규모를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고객 기술지원, 경영동반자사 지원, 지식층에 대한 정보 서비스와 직원교육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짐에 따라 지난해에만 7억5000만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IBM이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구조조정이나 경영혁신은 일회성이 아니다. 오히려 멈추면 넘어지는 굴렁쇠와 같다. 한시라도 시장의 변화를 놓치거나 발전하는 기술을 소화시키지 못한다면 위기는 항상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지금은 「웹이어(3개월)」마다 변하는 세상이다. 시장과 기술이 변하면 함께 변해야 한다. 때문에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은 매일매일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상과제가 되어야 한다. 지금 내가 위기 가운데 있음을 인정하고 창조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날마다 스스로를 구조조정하는 자가 디지털 시대에 성공을 거둘 것이다.

<김형회 바이텍씨스템 회장 hhkim@bite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