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러험 제일즈닉 저 「관리자와 리더」
사람들은 크게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부류와, 기회와 보상이 주어진다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부류로 나뉘어진다고 한다. 전자의 경우는 모험심보다는 생존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일들을 잘 참아내며 오히려 이를 즐긴다. 반면 후자는 일상적인 일들에 때때로 고통을 느끼기 일쑤다. 전자는 관리자이고 후자는 리더이다.
업무 스타일을 놓고 비교해보면 관리자는 『(집기 등이) 부서지지 않으면 고치지 말라』라는 식이고 리더는 『부서지지 않을 때가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차이는 그러나 한 개인의 의식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성격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관리자들은 업무활동이나 의사결정과정에서 규정된 역할에 충실한 부류의 사람인 반면, 리더들은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고 보다 직관적이고 감정이입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사람들로 표현된다. 또한 관리자가 「어떻게(how)」 일이 수행되는가에 관심을 갖는 데 비해, 리더는 일과 의사결정이 구성원들에게 「무엇을(what)」 의미하는가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관리자로서 전형적인 인물로는 헨리 키신저가 꼽힌다. 키신저는 해결방안(혹은 중재안)이 상대방에게 수용되도록 하기 위해 반대의견들을 조정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귀재였다. 또한 그는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치관들 중에서 그 본질보다는 타협이 가능한 쪽으로 힘의 균형을 이동시키려 하는 관리방식을 애용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리더형의 인물은 역시 케네디가 단연 으뜸이다. 그의 리더로서의 성격은 『우리가 강하든지 약하든지 간에 자유의 번영을 위해서는 어떠한 대가나 부담도 치를 것이다. 고통을 감내하면서 우방을 지원하고 적에게는 반대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든 국가는 알아야 한다』고 말한 대통령 취임사에서 잘 나타난다.
둘의 차이는, 키신저가 사람들로 하여금 합리성과 통제를 위해 선택을 제한하고 있는 반면, 케네디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개발해서 역시 새로운 선택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키신저 스타일은 해결목표에 대해 해결사로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에 반해 케네디 스타일은 해결목표의 달성을 위해 사람들이 분발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의지와 아이디어를 강력하게 이미지화하는 방식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관계에서 볼 때 키신저 스타일과 케네디 스타일은 서로 상대적이다. 관리자의 수가 늘면 리더의 발굴은 억제될 수밖에 없다. 질서를 좋아하는 관리자들이 무질서한 리더들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반면 뛰어난 리더가 출현하면 관리자들은 위축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를테면, 키신저 스타일이 최고경영자(사장)이고 케네디 스타일이 부사장일 경우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이럴 경우 대부분의 사장은 부사장을 해임한다고 한다. 기존의 관례를 변화시키려는 부사장과는 원활한 업무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사장은 또한 자신의 권한에 대한 리더형 경영진들로부터의 공개적인 도전에 위협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탁월한 관리자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최고경영자는 없는가. 저자 에이브러험 제일즈닉은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관리자와 리더는 동기나 개별 경력, 행동이나 사고측면에서 다른 부류의 사람이기 때문에 관리자임과 동시에 리더가 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관리자문화와 리더문화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그래서 제일즈닉은 부사장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사장들에게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부사장과의 대화를 피하지 말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능력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격적인 감정을 인내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논설위원 jsuh@etnews.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