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벤처투자 전략 「인큐베이팅」 중심으로 바뀐다

골든게이트·SK(주)·IPP 등 「지원 및 사후관리」 체제화

국내 주요 그룹 및 대기업의 벤처투자 무게중심이 투자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 계열사 내 벤처투자전담조직, 삼성물산의 골든게이트, 코오롱그룹 벤처투자 전담조직인 아시아퍼시픽파트너스(IPP) 등 기업벤처투자 조직들이 투자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전략을 내년부터 「인큐베이팅」으로 돌리고 이를 위한 조직정비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5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전담팀을 가동하고 있는 SK는 내년도 조직 운영방침을 △e밸류에이션 △인큐베이션 △글로벌라이제이션 강화 등을 원칙으로 세우고 올해 투자한 벤처기업의 사후관리에 주력할 계획이다. SK는 이를 위해 대덕단지에 인큐베이션 전문센터를 운영키로 했다. 센터에 입주하는 기업은 SK로부터 경영 컨설팅을 비롯해 기술 및 제품개발에 따른 추가 금융지원, 비즈니스 네트워킹 제공, 라이선스나 기술트레이딩에 필요한 법적 자문 등의 밀착된 관리를 지원받게 된다. 또 이미 투자한 국내 기업은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신규투자는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물색할 방침이다.

올해에만 250억원 가량의 투자를 집행한 삼성물산의 골든게이트(본부장 문영우)는 내년부터 투자기업의 이익실현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 기업의 가치재고 활동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골든게이트는 이를 위해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전문가를 통한 정기적인 재무컨설팅 △삼성물산의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해외진출 지원 등에 보다 주력할 예정이다.

올 3월 코오롱그룹 계열사가 펀드를 조성해 만든 IPP(대표 이진용) 역시 투자대상 물색을 위해 아이템별로 구분돼 있던 조직체계를 사업개발팀으로 합치는 대신 전략분석팀을 보강, 투자기업의 사후관리 및 지원에 본격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벤처 시장의 침체로 인해 아이템 발굴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 「인하우스벤처」 방식을 이용한 사업 확장도 검토중이다.

이같은 변화는 벤처 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자대상 기업을 고르기 어려워지자 이미 투자한 기업의 실패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 벤처투자팀 장우석 팀장은 이와 관련해 『주식투자와 벤처투자의 차이는 적극적인 인큐베이션을 통해 기업이 가치를 올리는 것』이라며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도 이제는 제자리를 찾을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기업벤처투자 방식의 이같은 변화 움직임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실제 이를 구현할 인프라 측면에서 볼 때 그 효과와 가능성 면에서 적지 않은 회의도 일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대부분 10명 안팎의 인력을 전담조직으로 구성하고 있다. 대부분 전문 창투사와 연계하거나 법률·경영 등 각 분야에서 외부 전문인력을 활용해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관리대상 기업이 수십여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보다 근원적인 지원체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