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역임한 민주당의 김효석 의원은 최근 북한 소프트웨어(SW) 현황을 소개하는 정책자료집을 발간했다. 최근 남북한 SW 교류가 국내 IT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정책자료집은 북한 SW의 기술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정책자료집의 주요내용을 살펴본다. 편집자◆
북한 SW 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적인 마스터플랜 아래서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컴퓨터산업 활성화를 위해 비상설기구인 「국가과학기술심사위원회 프로그램부문위원회」를 설치해 컴퓨터 기술개발에 관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북한의 SW 개발은 몇개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컴퓨터종합운영기관인 조선컴퓨터센터, 전자출판, 데이터베이스, 응용SW 개발을 담당하는 평양프로그램센터, SW 관련이론과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조선과학원 프로그램연구실, 사무자동화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국가과학원 등을 들 수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등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조선컴퓨터센터(KCC)는 지난 90년 설립됐으며 그동안 문자인식체계 「목란」, 기계번역프로그램 「만경봉」, 조선어 입력체계 「WINK98」 등을 개발했다. 특히 북한은 우리나라에서 취약한 러시아어·중국어 처리 관련기술이 발전돼 있어 국내업체와 협력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86년 설립된 평양프로그램센터(PIC)는 북한의 인기 워드프로세서인 「창덕」과 조선글 에뮬레이터인 「단군」을 개발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윈도용 워드프로세서 「청봉」 「PIC폰트집」, OCR프로그램인 「아리랑」 등을 개발했다.
김일성종합대학도 빼놓을 수 없다. 김일성종합대학의 자동화학부가 지난해 컴퓨터과학학부로 전환된 데 이어 올해는 컴퓨터과학대학으로 확대 개편됐다. 전문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정보센터가 지난 97년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3차원 컴퓨터 영상처리SW인 「황룡」, 기밀자료보호프로그램 「비룡」 「혼자서 배우는 조선말」 「조선력사박물관」 등을 개발했다.
김책공대는 지난 98년 전자계산기학부를 컴퓨터공학부로 개편했으며 별도의 정보센터와 컴퓨터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 학교는 조선어·일어·중국어·러시아어·영어 등 5개국을 처리할 수 있는 문자인식SW를 현재 개발중이다. 그동안 음성인식기 「칠보산」 「은바둑 프로그램」 등을 개발했다. 이밖에도 평양이과대학, 평양컴퓨터기술대학 등에서 컴퓨터부문 전공대학과 정보센터를 두고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북한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은 수준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조선어 및 일어자동 번역기인 「WINKTRANS」는 80% 이상의 번역성공률을 보이고 있는데 입력방식으로 북한의 입력체계인 WINK와 함께 한국의 KS표준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암호화 분야도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암호화 분야는 김일성종합대학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 대학에서 개발한 기밀자료 보호프로그램은 전자우편과 개인용 컴퓨터의 자료를 암호화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이미 상품화됐다.
북한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이같은 배경에서 개발된 것이 3차원 그래픽 프로그램인 「황룡 2.0」 등 제품이다.
생체인식분야도 매우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지문인식 프로그램인 「철벽2000」은 인식률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당한 수준이다.
이같은 북한의 SW 기술수준을 감안할 때 문자인식, 애니메이션, 번역SW 등 분야를 중심으로 남북한 SW 교류의 필요성이 높다는 게 이번 정책 자료집의 결론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