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특별보증제 유명무실

정부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긴급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벤처기업 특별보증지원방침을 발표했으나 IMF 이후에 도입된 「부분보증제도」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벤처업계 및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월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는 벤처기업을 긴급 지원하기 위해 이번 4·4분기에만 4조원의 특별보증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이후 기술신용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기관을 찾는 신생 및 초기 벤처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등 물적담보 능력이 취약한 중소·벤처기업들은 일반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유상증자나 구주매각 등을 통한 외부 자본조달에도 한계를 느끼고 있어 정부가 보증기관을 통해 지원하는 특별보증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영세한 초기 벤처기업들은 매출 등 사업 실적이 부진해 원하는 자금에 턱없이 모자라는 보증을 받고 있는데다 실질 대출 집행기관인 금융기관들이 부분보증제의 리스크로 인해 이면담보를 요구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 정부의 4조원의 특별보증 방침이 신생기업들에는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분보증제도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요청에 따라 보증기관과 금융기관이 기업부실화에 따른 신용위험을 일정부분 상호분담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로 현재 보증액의 15∼20%까지 은행에서 부담하도록 돼 있어 보증기관 보증서가 있더라도 벤처기업들이 일선 창구에서 대출 거절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관행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부분보증제도에 의한 15∼20% 대출리스크 보전을 위해 보증서에 담보되지 않은 부분까지 이면담보를 요구하거나 별도의 까다로운 대출심사를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펀딩이 지연되면서 자금난이 심화돼 보증기관으로부터 3억원의 보증을 받아 은행을 찾았던 A벤처 사장은 『보증서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으나 은행측이 꺾기 등 별도 이면담보를 요구, 되돌아왔다』며 『「정책따로 집행따로」의 정부지원정책의 문제점이 보증시장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업계는 이에 따라 한시적으로라도 은행의 부분보증 부담을 철폐 또는 5%대로 낮추는 방안이나 은행들이 신용평가방법을 개발, 신용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일선 부분보증서 대출담당자에 대한 면책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