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정책 관할 부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방공단 중소기업들의 정보화지원에 혈안이 돼 있다.
『종잣돈을 대줄테니 정보화에 주력하라』며 거의 하소연하다시피 지방공단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 등 주무부처는 물론이고 정보통신부와 해당 지자체들도 서로 경쟁적으로 지원사업에 나서고 있다. 산자부의 「디지털산업단지 종합계획」, 중기청의 「중소기업정보화지원사업」, 정통부의 「ASP보급확산사업」 등 부처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각 부처와 지자체들이 이처럼 공단정보화 지원에 팔을 걷고 나서는 이유는 뭘까. 한결같이 내세우는 명분은 「지역경제기반인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은 타 부처에 영토를 뺏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짙다. 정통부 관계자는 『올들어 중소기업 정보화지원을 핵심정책으로 제시한 뒤 산자부·중기청 등 현업 실무부서에서 유사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면서 『이제는 정부부처도 정책입안과 집행을 위해 영업을 해야 할 판』이라고 고백했다. 그동안 소외된 경제주체였던 중소기업이 최근 정보화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면서 정책부처도 이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부처가 경쟁적으로 정책을 제시하면서 지방공단의 정보화지원사업도 「지역분할구도」로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산자부는 안산·반월, 정통부는 구로·남동공단, 중기청은 광주·대구·부천·청주·부산 등으로 나눠먹기식의 지원방식이라는 비판도 듣고 있다. 부처 산하 경제단체들의 상부 「눈치보기」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테크노파크나 공단관리기관·상공회의소 등 산자부 계열 경제단체들이 정통부와 사업을 추진하려다 급제동이 걸린 게 단적인 사례다.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할 때 각종 지원사업이 풍부하게 이뤄지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부처간 영역다툼으로 이어질 때는 중소기업이 얻을 혜택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