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털패션잡화업체 쌈지(http://www.ssamzie.co.kr)의 천호균 사장(51)은 업계에서 「기인」(奇人)으로 불린다.
지천명의 나이에도 원색의 의상을 고집한다거나 일주일에 두세 번씩 홍대앞 클럽 등을 찾아 맥주를 마시며 음악에 몸을 흔들곤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늘 젊고 유연한 사고와 그에 따른 감성경영으로 천 사장은 패션용품 하나로 한해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패션 e마켓플레이스에 참여하는가 하면, 쇼핑몰 및 인터넷방송국 개설 등 각종 e비즈니스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년간 핸드백·가방 장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제품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e비즈니스도 마찬가지에요.』 자신의 디지털 경영지수를 묻는 질문 자체를 이해 못해 몇 번을 되묻던 천 사장은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잘 쓰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다. 그의 널찍한 사장실과 책상 어디에도 PC는 없다.
『잘 모르기 때문에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합니다. 제가 핸드백이나 가방을 잘 만드는 사람이었다면 「거지백」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쌈지의 e비즈전략 역시 세련되지 못하고 어설프죠. 하지만 디지털소비자의 감성에 충실할 것입니다.』 80년대 중후반, 거칠고 투박한 모양의 일명 거지백은 당시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메가히트를 치면서 핸드백시장을 석권, 지금의 쌈지를 있게 한 천 사장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최근 천 사장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3종류의 「e브랜드」를 출시했다. 특히 이 제품은 지난달 말 홍콩에서 열린 아·태피혁박람회에 출품돼 이스라엘·홍콩·필리핀 등지에서 10만달러 어치의 수출오더를 받았다. 소비자는 e브랜드를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비해 30∼4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각종 유통마케팅 비용이 인터넷판매에서는 크게 절감되기 때문이다.
『쌈지의 품질과 독특한 디자인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온라인 구매에 불신이나 거부감을 보이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인터넷에 익숙한 10∼20대가 쌈지의 주고객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인터넷이 천 사장 경영인생에 「제2의 거지백」이 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