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e비즈 주인공 맡자

「은행들도 뭉치면 e비즈니스의 주인공으로 올라설 수 있다.」

산업전반에 e비즈니스 물결이 급류를 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던 은행권이 합심해 전세 역전을 도모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통신업체·벤처기업들의 공세에 밀려 e비즈니스의 보조역에 만족해왔던 은행권이 자체 지불결제 인프라를 활용, 금융분야의 자기텃밭을 지키기 위해 암중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은행연합회 산하에 e비즈니스 실무책임자 모임(전자금융위원회)을 결성한 은행권은 최근 월례회의를 안정화시키고 일단 실무차원에서 상호 협력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 시중은행 e비즈니스팀 실무책임자는 『e금융분야에서 전자화폐와 인터넷 지불게이트웨이(PG), 온라인 청구·납부서비스(EBPP) 등을 중점 협력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올해 협력기반을 다진 뒤 내년에는 주요 시중은행 5, 6개부터 공동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전자화폐, 인터넷PG, EBPP 등 3가지 e금융사업의 공통점은 은행권이 직접적인 서비스 당사자라는 것. 지금까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시장선점을 시도했지만 실제 고객관리나 시스템 운영대행업무를 은행이 맡고 있다는 점에서 주도권 탈환은 충분히 실현가능하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은행들이 제각각 시스템 투자 및 구축에 나설 경우 각개약진에 따른 중복투자와 영향력 상실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우선 전자화폐는 몬덱스·V캐시·A캐시·K캐시 등 전문회사나 컨소시엄이 서비스 주체지만 은행은 정작 카드를 발급해야 할 당사자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고 카드보급에 대한 영업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제각각 전자화폐사업에 나선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시범사업을 거친 뒤 내년부터는 단말기 공동보급 및 회원공유 등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인터넷PG는 B2C·B2B 전자상거래(EC)의 결제시스템으로 그동안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점차 독자 시스템 구축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한빛·외환·국민·주택은행 등이 자체 PG를 도입하면서 중복투자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의 금융공동망을 이용할 경우 비용절감은 물론 은행권의 영향력을 결집시킬 수 있다』면서 『시스템 표준화 및 공동 활용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BPP도 최근 전문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쏟아지면서 은행권이 밀려나는 분위기지만 역전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창구에서 국민 수납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합심할 경우 독자적인 EBPP 서비스를 실시해오던 한국통신·SK텔레콤 등 대형 통신사들까지 수렴해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통신·SK텔레콤은 각각 독자 EBPP서비스를 추진하면서 전체 EBPP 시장환경의 가장 큰 변수로 지적돼왔다.

은행연합회 e비즈니스팀장 모임의 한 참석자는 『강력한 공조체제를 통해 은행권이 e비즈니스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다만 2차 은행구조조정 등의 현안이 남아있는 만큼 현재 실무차원의 협력논의는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