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구조조정, 총체적 실패

국민의 정부가 출범과 함께 단행한 출연연 구조조정이 총체적인 실패라는 지적이 여야 한목소리로 나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번 국감이 끝나는대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의 과기부 환원을 위한 법 개정 등에 나서기로 했으며 민주당도 당차원에서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해 국회차원의 관련법 개정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상임위 과기부 종합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하나같이 현재 국가과학기술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총리실과 과기부 등으로 이원화된 정부출연연의 구조조정이 잘못된 것으로 지적하고 총리실 소관 과학기술계 출연연을 과기부가 앞장서 재이관받을 것을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은 특히 과기부가 국가연구개발을 책임질 큰 그림과 전략적인 정책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과학기술정책의 새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허운나·김효석·김영환 의원 등과 한나라당 최병렬·박원홍·윤영탁·김형오·김진재·원희룡 의원 등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과기부, 한국과학기술평가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등 관계부처 및 기관간에 역할이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의원들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경우 대통령을 자문하는 중요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운영으로 자원이 낭비되고 있으며 연구개발사업의 중복이 나타나고 연구사업에 대한 평가가 제각각이며 중복평가가 이뤄지고 평가결과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대부분의 출연연이 총리실 산하에 있어 국가적인 큰 틀에서 과학기술정책과 성과를 관리할 수 없다며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을 비롯, 과학기술계 출연연을 과기부로 재이관해 국과위 간사부처인 과기부가 직접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지난 99년 출연연을 총리실로 통합·이관한 것은 소관 연구소 개념을 없애고 출연연을 각 부처가 공동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였으나 총리실이 예산을 출연연에 배분해 기존의 소관부처 개념을 탈피하지 못하고 기획예산처·총리실·연구회·해당부처 등 새로운 옥상옥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환 의원은 『출연연의 총리실 이관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 위원들의 인식이며 관련법 개정을 포함, 이를 전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도 『당 소속 상임위 의원들의 모임에서 출연연의 총리실 이관 등 정부의 구조조정이 문제가 많다는 결론을 내리고 당차원에서 관련법 개정안 제출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정욱 과학기술부 장관은 답변을 통해 『출연연의 총리실 이관문제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국과위 간사부처 입장에서 출연연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곽치영·남궁석 의원은 『출연연이 어느 부처 소관이냐를 떠나 국가연구개발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출연연운영체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출연연의 체질을 혁신시키기 위한 실행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총리실이 출연연에 대해 연구회관리, 연구소장 재선출 등 출연연 지배구조만 관장하고 각 부처가 연구개발예산을 보유하고 있다가 부처별 연구목표를 설정한 후 최적 연구기관에 연구개발예산을 투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출연연의 총리실 이관이 불과 2년여밖에 지나지 않았고 관련법을 제정, 시행한 지도 얼마되지 않아 출연연의 과기부 재이관에는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