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디지털가전업체들 사이에 공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중소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지난 9월 자체모임인 KPAC(Korea Portable Audio venture Consortium)를 사단법인화해 본격적으로 공동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데 이어 인터넷TV 업체들도 이달 중에 시장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인터넷TV협의회를 설립키로 했다.
또 DVD플레이어 업체들도 공동마케팅을 통해 DVD플레이어 보급을 활성화할 계획으로 공동기금을 마련하고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협력해 무료로 제공할 DVD 타이틀을 다수 확보하는 등 협력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관련기사 5면
이처럼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입장인 신흥 디지털가전 업체들 사이에 오히려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국내 경기가 침체되면서 당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던 이들 제품군의 시장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MP3플레이어나 인터넷TV 및 DVD플레이어 등이 디지털시대를 이끌어갈 첨단 디지털 제품으로 급부상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시장 활성화가 계속 지연될 경우에는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차후 경쟁자로 되돌아가더라도 우선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업체의 경우 대부분 자금력이 취약한 벤처기업인 데 반해 디지털가전군은 특성상 시장기반을 다지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선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이같은 공조 분위기를 만드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디지탈스퀘어·디지탈웨이·바로비젼·바롬테크·아이엔씨·에이맥정보통신·파인랩코리아·히트정보·엠피맨닷컴 등 중소 MP3플레이어 업체들로 구성된 KPAC는 1억5000만원의 자금을 갹출, 업계 공동으로 차세대 휴대형 디지털 오디오로 떠오르고 있는 멀티코덱플레이어를 개발키로 했다. 이들 업체는 이를 시작으로 주요부품 공동구매 및 MP3플레이어 표준화, 공동브랜드 개발, 공동마케팅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디지털 오디오 보완 표준에 공동대응하는 동시에 이의 국제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인터넷TV네트웍스·클릭TV·홈TV인터넷·티컴넷·한국웹TV·윌서치·드림TV 등 주요 인터넷TV 업체들도 지난달 31일 협의회 구성을 위한 최종모임을 갖고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산하에 인터넷TV협의회를 설립,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동사업을 전개하는 동시에 공통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대정부 창구로 활용키로 했다. 이들 업체는 인터넷TV협의회를 통해 우선 공동마케팅을 전개하거나 공동 AS센터와 물류망 확보 등 실현 가능성이 높은 사안들을 중심으로 협력, 시장 활성화를 도모해 나가기로 했다. 또 앞으로 인터넷TV를 학교 등 공공기관에 공동으로 납품해 국민정보화기기로 육성하거나 해외시장에 공동진출하는 방안 및 인터넷TV와 관련한 표준화 문제 등도 단계별로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3사와 해태전자·태광산업·아남전자 등 오디오 전문업체들도 10억원의 공동 광고·판촉 이벤트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협력, DVD플레이어 구입시 무료로 제공할 10만카피 정도의 번들용 DVD 타이틀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이들 업체는 당초 지난달 15일부터 본격적인 공동마케팅을 전개하려다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것을 우려해 계획을 보류하기는 했지만 공동마케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검토, 이를 강력 추진키로 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