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모
소프트웨어(SW)분야에서도 남북협력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그 정도는 아직 미미하다. 또 그 진전 속도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원인은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SW 전문인력 및 솔루션에 관한 정보의 부재다. 고작 방북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인력의 우수성과 기초기술 확보에 대한 소개만이 간간이 있을 뿐이다. SW라는 제품 혹은 서비스는 그 특성상 제품의 규격화와 구체화가 매우 어렵다. 인력을 채용하고 이를 프로젝트화하여 최종 솔루션화하는 프로세스는 유동적이며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다양한 위험관리 절차가 필요하다.
다른 공산품이나 임가공 제품과 같이 일단 추진하고 보자는 식의 접근방식으로는 곤란한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SW기업 경영자들이 대북협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분야별 전문인력, 기술 수준, 핵심 솔루션에 대한 객관적 정보의 수집과 공유를 위한 남북한의 협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는 남한 SW산업의 필요 및 활용 수준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경우 남한을 포함한 해외 경협 파트너에게 요구하는 첫번째 기준은 실리에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가장 강조한 단어의 하나는 실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투자 및 협력 파트너가 단기적 투자에 대한 확실한 의지와 보장을 보여 주어야만 원만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남한 SW산업이 전문인력·기술·솔루션 차원에서 얼마만큼의 대북 수요가 있으며 향후 투자를 통하여 어떻게 수익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SW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 북한을 어떻게 인큐베이션의 인프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수립되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명확하고도 북한의 실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계획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당사자와의 협상은 신뢰성 상실을 가져올 수 있으며 향후 사업 파트너로서의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셋째는 SW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사업추진 절차다. SW의 근원적 특성은 시장의 변화를 즉시 제품의 기능에 반영하지 못하면 아무리 우수한 제품이라도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인도와의 12시간 시차를 이용하여 24시간 개발 프로세스를 확보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북한 SW인력 및 기반 기술분야에서의 우수성이 북한과의 협력 필요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이러한 핵심인력과 기술의 확보가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자원 활용 차원에서의 경협은 SW산업에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북한과의 SW산업 협력에 있어서 위험 요인은 인력 및 정보의 부재, 제품화에 따른 생산 프로세스의 문제, 시장에서의 요구 사항에 대한 적극적 대응방안 부재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구소련의 붕괴 이후에 자국에 유입된 우수한 인력과 이들의 기반 기술을 효과적으로 인큐베이션 함으로써 현재 정보통신 SW벤처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북한의 SW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수집, 개발 프로세스의 체계적 도입, 시장과의 동시화 전략 수립, 경영능력의 결합 등 철저한 인큐베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 SW 핵심역량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한의 인큐베이션 역량을 북한의 핵심 인력·기술과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북한에 대한 객관적이며 투명한 정보의 공유가 필요하다. 단순히 우수하다는 인식과 몇몇 선도 업체가 구현한 시스템으로는 남한 사업자의 협력에 대한 확신과 신뢰를 도출하기에는 역부족인 듯싶다. 정부는 북한과의 창업보육사업을 선도하고 이를 위한 창업보육센터 및 인프라를 설치 운영함으로써 민간 사업자의 사업화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수년간 창업보육사업에서 얻은 경험과 자원을 투입한다면 분명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