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 시장에 한국통신 비상령이 내렸다.
국내 최대 회선사업자인 한국통신(대표 이계철)이 최근 정보통신공사업 면허를 획득하고 그동안 민간그룹 계열사들이 주도해온 국내 SI 및 네트워크통합(NI)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이미 교육정보망과 의료정보화 사업 분야에서 기존의 SI·NI 업체를 제치고 이 시장의 최대 강자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민간 SI업체들은 한국통신의 시장 침투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지를 예의주시하며 통신망과 솔루션을 모두 갖춘 강력한 경쟁자 등장이 향후 국내 SI 시장에 미칠 파장을 내부 분석하는 등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국통신은 광주교육정보화 사업에 이어 최근 전국 최대규모의 교육정보화 사업으로 관심을 끌었던 전남교육청 프로젝트까지 수주함으로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SI사업 분야에서 위력을 과시했다.
더욱이 한국통신은 지난 10월까지 교육·행정정보망 등 NI분야에서만 800억원 가량의 수주 실적을 올렸으며 오는 연말까지 1000억원대 매출달성을 기대하고 있어 SI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단계에서 이미 국내 톱 10권 진입이 예상된다.
의료정보화 부문에서도 한국통신은 의료보험 전자문서거래(EDI), 의약품유통정보화 등 대정부(B2G) 사업에서 민간업체들보다 우선권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자처방전달시스템, 병원 애플리케이션서비스제공(ASP) 등 B2B·B2C 의료정보
화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삼성SDS 같은 대기업도 의료정보화 사업추진을 위해 한국통신과 보조를 맞추고 있으며 사업규모나 인프라 측면에서 더욱 열세인 중소 의료정보화 업체들은 한국통신과 제휴를 위한 줄 대기에 한창이다.
이에 따라 SI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통신의 SI사업 추진시 예상됐던 엄청난 시장 파괴력이 실제 현실로 다가왔다』고 우려하며 『향후 발주될 부산, 충청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정보화 사업은 물론이고 의료정보화 분야에서도 당분간은 한국통신의 시장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한국통신이 민영화에 대비, 현재 취약한 전문 솔루션과 컨설팅 부문을 강화하고 SI 시장의 최대 수요처인 공공부문 대형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경우 기존 SI업체의 시장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게 SI업계의 판단이다.
이러한 예상은 최근 대부분의 정보시스템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현실에서 국내 최대 회선사업자인 한국통신이 지닌 SI부문 시장 경쟁력을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다는 분석에서 기인한다.
이에 따라 SI업계의 일부 관계자들은 『한국통신의 정보시스템 구축은 통신망과 솔루션의 결합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예산확보 문제 등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공공부문 프로젝트에 공기업이 직접 사업 수주에 나설 경우 자칫하면 불공정 경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통신측은 『정부가 허가한 정보통신공사 수행업체로서 공정한 입찰을 통해 사업을 수주하는 이상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기본적인 입장과 함께 회선 이용자 확보와 부가사업 추진차원에서 SI부문을 계속 강화할 방침임을 분명히 해 공공부문 프로젝트를 둘러싼 민간 SI업체들과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