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1000억원을 지원, 민간 창투사와 공동으로 추진해온 민·관 매칭펀드 조성이 기관·일반법인·개인 등 민간부문의 출자가 급격히 위축, 당초 목표일을 5개월 이상 넘긴 지금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정현준 게이트」 이후 벤처에 대한 일반적 시각이 더 악화돼 벤처조정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민간부문의 출자가 더욱 냉각돼 정부자금을 통한 민관 매칭펀드 조성사업이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7일 관련당국 및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창업진흥기금에서 총 1000억원을 투입, 지난 5월 말까지 30여 창투사와 공동으로 3000억여원 가량의 벤처펀드 조성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난 상반기부터 계속된 금융시장 불안으로 민간부문의 출자가 위축, 자금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목표시점을 5개월이나 넘긴 현재까지 정부예산만 묶여있는 상황이다.
중기청에 따르면 7일 현재 34개 창투사가 중기청 자금을 받아 34개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전체 조합 결성규모는 2961억원이며 이 중 810억원의 정부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아직도 190억원이 그대로 남아있어 중기청이 이 자금의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중기청은 이에 따라 당초 정부자금의 출자비율을 30%로 제한했던 것을 40%로 상향조정하고 제조업으로 국한했던 투자분야를 비제조업까지 풀어주는 등 자금소진을 위한 적극적인 펀드 결성을 유도하고 있지만 창투사들이 민간 출자부담인 60%를 조달하지 못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일단 12월까지 1000억원을 모두 소진한다는 방침 아래 각종 제한조치를 풀고 문호를 대폭 개방했을 뿐만 아니라 몇몇 창투사들이 외자유치를 통한 대형 펀드 결성을 추진, 여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그러나 자금소진이 다 안될 것에 대비, 별도 대책을 구상중』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들은 『주식시장 침체로 자금회수(exit) 등 투자재원 조달에 어려움이 많아 중기청 자금을 통한 신규 펀드 결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민간부문의 참여가 부족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도 금융권 2차 구조조정문제 등 악재가 많은데다 정현준 사건으로 벤처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더욱 떨어져 어려움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올해 다산벤처에 500억원을 출자한 것까지 포함해 총 2500억원의 직간접적 벤처투자예산을 책정한 중기청은 내년에는 관련 예산을 1000억원으로 대폭 줄일 예정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