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대기업 「포스트PC」로 승부

「포스트PC 시장을 선점하라.」

국내 IT 대기업이 미래 유망시장으로 부상할 포스트PC 시장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현대이미지퀘스트 등 주요 기업들은 포스트PC가 기존 PC를 대체하고 차세대 유망품목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전담 부서 신설 및 인력보강 등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는가 하면 수천억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을 조성하고 이 분야 사업에 경영력을 집중하고 있다. 관련기사 5면

특히 이들 업체는 이같은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바탕으로 단말기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기존 업체와 달리 하드웨어(HW)는 물론 운용체계(OS), 기반 소프트웨어(SW), 애플리케이션, 전용 콘텐츠 개발 등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국내 포스트PC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일부 업체는 외국 IT업체 및 콘텐츠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인터넷 어플라이언스사업을 포스트PC사업으로 잡고 이를 반도체·모니터·컴퓨터에 이은 차세대 주력분야로 집중 육성키로 하고 사장급 팀장을 내세운 전담부서(ICT)를 최근 신설했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오는 2003년까지 모두 3000억∼5000억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을 집중 투입키로 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신설한 인터넷 컴퓨팅팀(ICT)는 미디어부문 진대제 사장이 총괄팀장을 맡고 이영하 이사와 김윤수 이사가 각각 마케팅부문과 개발부문 책임을 맡으며 진 사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삼성전자의 ICT는 현재 30여명의 인력을 보강해 올해 말까지 100여명으로 늘리고 우선 1차연도에 투입될 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기반으로 단말기 수준을 벗어난 종합적인 포스트PC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포스트PC사업은 크게 PDA·팜PC·핸드헬드PC·웹패드·세컨드PC 등 HW분야를 비롯해 OS분야, 애플리케이션 개발분야, 포스트PC에 적합한 인터넷콘텐츠 개발분야 등 크게 4개로 나뉘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된다.

올해 초 컴퓨터사업과 함께 향후 2대 주력사업으로 인터넷사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던 삼보컴퓨터(대표 이홍순)는 10개월간의 고심끝에 인터넷사업의 핵심전략을 「포스트PC」로 확정짓고 이를 추진키로 했다.

삼보컴퓨터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4월 인터넷사업을 위해 책정해 놓은 15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또 포스트PC시대에 각광받고 있는 웹패드·PDA·초슬림형 PC 등과 각종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한편 각 단말기에 적합한 콘텐츠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와 관련, 나래앤컴퍼니·코리아닷컴 등 기존 ISP업체와 제휴를 통해 자사 포스트PC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본의 켄우드사와 협력해 일본에도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초 HPC사업을 포기하면서 이를 대체할 차세대 사업을 물색해 오던 LG전자(대표 구자홍)도 최근 「포스트PC」가 가장 시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디지털비즈니스프런티어」를 신설, 이광우 상무를 책임자로 선임하며 본격적인 신규사업 기획수립에 들어갔다.

LG전자는 차세대 인터넷디바이스 개발과 이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기술도입을 포스트PC사업의 핵심으로 잡고 막대한 초기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벤처기업 인수 및 지분투자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방안을 연구중에 있다.

LG전자의 투자금액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우선 내년에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멀티캡과 현대이미지퀘스트 등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업체들도 최근 포스트PC를 위한 전담부서를 신설했으며 내년부터 기존 사업에 버금가는 자본 및 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 업체는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02년에 전체 매출액 가운데 포스트PC 매출액이 가장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