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음반시장이 IMF 한파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팝시장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4분기 가요음반시장은 조성모·서태지·HOT 등 대형가수들의 잇따른 신보발매에도 불구하고 전년동기대비 불과 6% 증가한 298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97년 IMF 이전 수준인 400여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나 팝시장은 97년 IMF 이전 수준인 253억원에 비해 무려 8% 증가한 27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유니버설뮤직·워너뮤직·EMI·BMG·소니뮤직·록레코드 등 국내에 진출한 음반 직배사들의 매출은 꾸준한 반면 국내 음반사들의 매출은 정체 내지는 하향곡선을 나타내 국내음반사와 외국음반 직배사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음반사들이 대형 가수에 의한 마케팅에 주력한 반면 음반직배사들은 팝 음반을 바탕으로 가요시장 진출을 적극 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음반직배사들의 경우 스테디셀러를 집중개발하고 나선 데 비해 국내음반사들은 댄스음악에만 매달림으로써 잠재수요를 이끌지 못한 것도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요음반의 경우 조성모의 3집 「아시나요」가 170만장 판매를 기록했고 다음으로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 110만장, 박지윤의 4집 「성인식」 34만장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DJ DOC의 「런 투 유」는 33만장 판매됐고 HOT의 「평화의 시대」도 23만장 판매에 그쳤다.
음반직배사들을 보면 워너뮤직의 경우 조수미·유승준·임재범 등의 앨범 판매 호조로 전년동기대비 52% 증가한 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EMI코리아는 21% 증가한 40억원, BMG는 3% 증가한 3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소니뮤직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31% 감소한 35억원 매출에 머물렀고 록레코드는 22% 감소한 48억원, 유니버설뮤직은 9% 감소한 57억원의 매출에 그쳤다.
음반직배사의 한 관계자는 『일부 직배사의 경우 3분기 매출이 다소 감소했으나 전반적인 매출추이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올해 음반 직배사들의 매출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음반직배사들이 로컬사업을 강화하는 등 사업을 고도화하는 데 반해 국내음반사들은 한 장르, 한 가수에만 매달려 IMF한파의 늪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반기획과 과학적인 마케팅이 전제되지 않으면 가요음반시장마저 음반직배사들에 내주고 말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