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종합기술원(원장 손욱)은 최근 알파 CPU를 탑재한 PC 128대를 병렬 연결해 초당 1700억7500만번을 계산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기능을 가진 클러스터 시스템을 개발,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에 가동에 들어가는 슈퍼컴퓨터는 전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 130위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순수 국산기술로 세계적인 수준의 슈퍼컴퓨터 기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번 슈퍼컴퓨터는 리눅스를 운용체계(OS)로 사용하고 있는데다 관리·설치 등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응용프로그램 모두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성기수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현 세계사이버기원 대표)은 『이번 슈퍼컴 개발은 그동안 해외에 종속돼 있다시피한 슈퍼컴 기술과 관련, 이의 독자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는 공개 소프트웨어인 리눅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리눅스의 경우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기 때문에 슈퍼컴퓨터 구축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할 수 있었
다는 설명이다.
이번 슈퍼컴퓨터 개발에 참여한 삼성종기원의 이상문 박사는 『97년부터 저가의
슈퍼컴퓨터급 성능을 갖춘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는데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클러스터링 기술 출현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며 『삼성종기원 역시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리눅스 기반 슈퍼컴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리눅스의 경우 소스코드가 공개돼 있어 연구목적에 맞게 이를 수정, 최적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직접 만들 수 있었으며 특히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을 얻을 수 있어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슈퍼컴퓨터는 지난 9월까지 총 20개월에 걸쳐 개발됐으며 현재 서울대·연세대·숭실대 등과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국내기업을 비롯해 미국 NLL연구소 등 국내외 12개 기관과 기업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삼성종기원은 현재 인터넷(http://www.alpha11.com)을 통해 슈퍼컴퓨터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공개하고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삼성종기원은 국내외 기업과 연구소를 묶은 컨소시엄을 구성, 알파 리눅스 기반의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는 등 지속적인 성능 개선작업과 연구개발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삼성종기원은 앞으로 512개의 알파CPU를 하나로 묶은 테라플롭스급 슈퍼컴퓨터도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기존 슈퍼컴퓨터의 경우 대규모의 구입비용과 유지관리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많은 기업·연구소들은 클러스터링을 이용한 저비용·고성능 슈퍼컴퓨터 개발에 매달려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다가 촤근 들어 시스템 제조기술 발전과 리눅스 기반의 클러스터링 기술의 등장으로 저가의 클러스터 슈퍼컴의 개발이 활기를 띠게 됐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