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의 세계>(19)게임의 장르구분

◆임헌조(anicca@chollian.net) 가이블 개발실장

최근 게임산업이 급속도로 신장되면서 게임의 장르도 확장되고 있다.

없었던 장르가 생기는가 하면 몇 개의 장르가 같이 쓰여 통합장르의 경향을 띠기도 한다. 장르의 세분화는 게임이 그만큼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환영할 일이나 반면 기존 장르 구분의 기준이 모호하고 또한 역으로 게임의 상상력과 제작방향을 무의식적으로 방해하는 경향이 다분히 존재한다.

따라서 이제 기존 장르 구분에 무의식적으로 우리를 재단하기보다는 장르 구분에 원칙을 세우고 게임영역의 발전에 대한 과학적 고찰을 진행함으로써 앞으로 새롭게 출현할 장르를 유추해 보고 게임제작에 반영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액티비티(interactivity)는 게임의 특성을 가장 잘 묘사하는 개념이다. 게임에서 「do」가 인터액티브하다면 소설이나 영화에서 「see」는 인터액티브하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do」가 무조건 우월하다는 논리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do」보다 「see」가 상위범주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do」 안에는 「see」가 포함돼 있지만 「see」가 「vision」이나 「imagine」과 연결돼 사용될 때는 사정이 다르다. 「do」는 일반적으로 공간적 개념인 데 반해 「vision」이나 「imagine」은 시공을 뛰어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컴퓨터기술의 발전은 「do」의 시공간적 한계를 붕괴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렬하게 「imagine」의 요소를 결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터액티비티는 새로운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do」와 「see」가 「body」 안에 통일돼 가는 경향, 그 속에 새로운 인터액티브의 정체성이 자리하고 있다. 「see」가 적극적으로 「do」를 견인하고 있든 아니면 「do」가 내포의 변화속에 「see」를 생성시키고 있든 어떻든 간에 새로운 인터액티브는 종전의 전통게임에서 보여줬던 인터액티브하고는 구별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인터액티브를 포함하면서도 새롭게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 인터액티브의 영향을 일단 여기서는 「인터액티브 G이펙트(interactive G-effect)」라고 명명해 보도록 한다.

인터액티브 G이펙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스토리 △조작키 △인공지능(A.I) △비주얼 인터페이스 △관점 또는 시점 △플레이어(게이머) 등이다.

인터액티브 G이펙트의 형태는 작용점에 따라 낮은 수준의 인터액티브 G이펙트와 높은 수준의 인터액티브 G이펙트로 나눌 수 있다.

낮은 수준의 효과는 단순 게임이거나 스토리 구성이 복잡하지 않은 게임에 주로 한정돼 설정되는데 게이머는 단순작업에서 느끼는 묘미인 스킬(skill)의 완숙도를 통해 재미를 느낀다. 대다수의 아케이드게임이 여기에 속한다.

높은 수준의 효과는 PC게임을 중심으로 발전돼 왔는데 인공지능을 통한 컴퓨터와의 대결, 네트워크상에서 다른 게이머와의 대결 등등 보다 지능적이고 머리를 써야 하는 게임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요한 특징으로는 대부분의 게임이 서사적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게이머의 판단력에 의존해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는 자유도가 높은 내적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게임으로는 대다수의 시뮬레이션과 롤플레잉 그리고 어드벤처 등이다.

새로운 장르의 출현은 인터액티브 G이펙트의 새로운 적용과 확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인간의 감각 및 감정과 연결돼 「해본다」라는 게임의 특징이 다양한 장르 또는 종류의 게임을 만들어낼 것이다. 특히 「see」의 영역에 존재하는 다양한 부분들이 이제는 「do」 영역으로 편입되면서 게임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학·회화·영상·음악 등은 물론이고 비싸거나 위험해서 감히 가까이 할 수 없었던 부분, 그리고 상상속에서만 가능했던 다양한 이미지들이 가상현실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게임으로 우리를 반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