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금융분산시스템>구축 현황과 의미

최근 가동에 들어간 우체국 금융분산시스템은 우체국 예금과 보험 등 정보통신부의 체신금융사업 운영을 위해 전국 2900여개 우체국에 설치된 1만2000여 컴퓨터 단말기를 단일 네트워크로 통합, 연결한 종합 금융 전산시스템이다.

따라서 이 시스템의 구축 및 가동은 그동안 중앙전산실에서 집중 처리해 왔던 금융업무 데이터를 지역별로 분산해 처리하는 이른바 「금융 데이터 분산처리시대」의 개막과 우체국 금융서비스의 획기적인 향상을 예고한다.

◇시스템 개요 =우체국 금융분산시스템은 전국 2900여 우체국의 예금 및 보험, 환대체업무 등 모든 금융업무를 중앙집중 방식에서 전국 7개 체신청 단위의 지역별·업무별로 분산, 운용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개방형 시스템이다.

따라서 주사업자인 현대정보기술은 그동안 대형 고속컴퓨터(메인프레임)를 통해 전국 우체국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던 중앙집중식에서 탈피해 전산실내에 업무별·체신청별 컴퓨터를 따로 두고 데이터를 분산, 처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전체 금융업무 프로세스가 7개 체신청 중심(230개 감독국, 2600개 우체국)의 개방형(UNIX) 분산처리 방식으로 전면 교체된 것이다.

이를 위해 예금 및 보험업무를 통합한 최초의 국산 금융미들웨어(COINS)를 개발, 적용했으며 최근 선진 금융 국가들이 추구하는 차세대 금융시스템 개념을 과감히 도입했다.

또한 전체 금융업무 구조를 상품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설계함으로써 상품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시스템 확장성 및 유연성을 제공한다. 계층화된 프로그램 구현 및 금융미들웨어 사용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호완성을 높이고 최소 기능단위별 모듈화 설계를 통해 프로그램 재사용(reusability)이 가능하도록 했다.

개별거래 방식에서는 예금 및 보험창구를 통합한 연동거래 방식을 도입, 고객 서비스 시간을 단축하고 24시간 365일 서비스 체제를 구축했다. 또한 고객 정보의 통합관리로 마케팅 정보 활용이 가능하고 정형 및 비정형 정보의 온라인 추출을 통해 여러 형태의 경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개발과정 =우체국 금융분산시스템 구축은 현대정보기술(대표 표삼수)을 주사업자로 IMS시스템·동양시스템즈·쌍용정보통신·신암정보시스템·대신정보통신·대컴SI 등 23개 금융전문 시스템통합(SI)업체들과 은행 등 금융기관 출신 전문가를 비롯한 은행 전산 자회사들이 대거 참가했다.

전산장비 구축에는 한국유니시스·한국통신·대우통신·한국오라클·한일정보통신·삼성SDS·어울림정보 등 26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주요장비 중 주전산기는 시퀀트 누마큐, 데이터베이스는 오라클, TP모니터는 턱시도 등이 채택됐다.

총 48개 업체, 연 20여만명의 인력이 투입됐으며 전체 사업 예산만도 무려 1100여억원에 이른다.

이를 통해 60여대의 주전산기와 8000여대의 창구단말, 4000여대의 자동화기기 등 하드웨어가 전면 교체 또는 확장됐고 7000여본의 업무처리용 프로그램과 2000여개의 데이터베이스 등 소프트웨어가 개발됐다. 또한 우체국 금융 네트워크에 접속된 서버 및 호스트와 전체 시스템 운용에 대한 장애·성능·구성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중앙통제센터도 구축됐다.

하지만 우체국 금융시스템 사업은 최초 사업자가 중도에 시스템 구축을 포기하는 바람에 현대정보기술을 재사업자로 선정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실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정보통신부와 현대정보기술은 이번 사업이 다소 위험성을 내포한 모험 프로젝트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처음부터 치밀한 사업관리를 통해 수시 점검을 진행했으며 한국전산원의 8회에 걸친 감리와 자문위원회의 수시 개최 등 빈틈없는 관리감독을 수행해 왔다.

◇의미와 전망 =이번 도입한 금융분산시스템은 전체 금융업무의 슬림화를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정보화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과거의 중앙집중식 시스템은 보통예금·정기예금·정기적금 등 개별 상품별 화면에서 고객등록 및 입출금거래를 별도로 처리했으며 분산시스템에서는 한 화면에서 모든 상품의 가입처리가 가능하다. 또한 신상품 추가, 업무개선 또는 변경시에도 곧바로 적용 가능해 고객의 창구대기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고객정보는 최초 거래시 한번만 입력하면 고객의 상세정보까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돼 고객관리의 일원화와 고객정보의 통합관리가 가능하다. 인터넷뱅킹·폰뱅킹·PC뱅킹 등을 통해 고객은 직접 우체국에 가지 않아도 24시간 전화나 PC로 원하는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보험업무에서는 고객과 상품의 통합으로 전산심사가 강화돼 계약 현장에서 청약서를 전산 발행할 수 있으며 해약환급금 경우에도 처리화면에서 증서번호를 입력하면 처리사유별 세부사항들이 화면에 곧바로 표시돼 고객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우체국의 독특한 상품 중의 하나인 경조환 송금시에도 고객이 우체국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PC를 통해 즉시 발송하거나 예약 처리할 수도 있다.

또한 주전산기·데이터베이스·네트워크의 성능은 물론 단말기의 원격 관리 및 감시가 가능하고 장애발생시에도 헬프데스크를 통해 신속하게 오류를 처리함으로써 시스템 안정화도 기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우체국 금융분산시스템이 본격 가동됨에 따라 365일 무장애 온라인 서비스 제공과 홈뱅킹서비스 강화 그리고 원스톱서비스 제공 등 우체국의 금융서비스가 향상되고 전산시스템 운용의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아져 국내 금융업무 전산시스템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일대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구축된 체신금융시스템은 금융권의 지역 분산화 사례로는 광주은행에 이어 두번째지만 시스템 규모로는 국내 최대여서 앞으로 금융기관의 분산시스템 도입을 촉진하는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시스템 구축에 성공한 현대정보기술은 이를 통해 축적한 금융분산시스템 분야의 전산 노하우를 활용, 국내외 금융 SI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정보기술은 이미 세계은행이 추진한 베트남 금융결제원 프로젝트의 국제입찰에 참가해 1200만달러에 이르는 1차 사업을 수주해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작업에 들어갔으며 2600만달러 규모의 파키스탄은행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따내는 등 성가를 높이고 있다.

정부도 정부대로 이번 사업성공을 이용해 국제연합(UN) 및 국제우편연맹(UPU)과 공동으로 개도국의 우정시스템 현대화사업을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