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팀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KIGL과 PKO 같은 프로게임리그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40여개에 이르는 구단간에도 우열이 뚜렷하게 구분되고 있다. 남성부에서는 KTB퓨처스(스타크래프트), n016(피파) 등이 항상 리그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명문팀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여성부에서는 올더웹 V나라, 삼성전자 칸 등이 드림팀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 명문 팀에는 김인경, 김동우, 김지혜, 이지훈, 이지혜와 같은 간판스타들이 있어 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드림팀으로 부상하고 있는 구단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스타 게이머 뒤에 든든한 버팀목이 받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게이머들을 지도하는 각 팀의 감독이 바로 그들. 많은 사람들이 프로게임구단에 감독이 있는지조차도 모를 수 있지만 이들 감독은 각 팀의 사령탑으로서 승리를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조련사로서 선수들을 혹독히 훈련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 같은 동반자로 선수들을 이끌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칸의 정수영 감독은 팀 창단 후 참가한 첫 대회에서 우승을 낚아채 데뷔와 함께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국내 최초로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게임팀 「랩터스」를 창단하는 등 일찍부터 게임계의 주목을 받아온 정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선수라도 팀이 정한 룰을 지키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방출시킨다는 방침입니다. 게이머들이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팀을 위해 활동하는 프로선수라는 의식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철저한 시간관리와 조직적인 사고를 유달리 강조하는 정 감독은 프로야구의 김응룡 감독을 연상시킬 만큼 용장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올더웹의 김형일 감독은 무엇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중시하는 지략가. 김 감독은 언제나 게임대회가 열리는 대회장 한 곳에서 각 선수들의 전적 및 전략을 꼼꼼히 기록해 숙소로 돌아와 보고서를 작성한다. 조금씩 모은 자료가 어느새 국내 모든 선수들의 분석자료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쌓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지고 나서도 자신이 왜 졌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자신의 단점과 상대의 장점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는 정보가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스타 김동우, 피파2000의 이형주 등을 이끌고 있는 KTB퓨처스의 정호 감독은 아마시절부터 세미프로팀인 「A원」을 이끌고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쓰는 등 빼어난 지도력을 발휘해 왔다.
항상 「이웃집 형」과 같은 이미지로 선수들을 관리하는 정 감독은 『선수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때로는 형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대하면서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수들이 스타크나 피파만이 아닌 게임 전반에 대해 인식을 넓혀나가 진정한 게임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뛰어난 감독이 국내 게임리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감독이라는 제도가 정착된 것은 아니다. 아직 많은 팀들이 회사 내의 기획팀이나 홍보팀 직원을 관리자로 선임하는 등 감독을 매니저 수준으로 인식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감독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의 감독들이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대해 칸의 정수영 감독은 『게임리그가 일부 스타급 선수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선수를 지도하고 전술을 짜내는 감독이 없이는 제대로 된 구단을 운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게임리그의 활성화도 가대할 수 없다』며 『기업들이 감독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