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코리아·한국썬에 이어 한국HP가 벤처지원 프로그램을 공개적으로 잇따라 발표함에 따라 그 배경이 뭘까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컴팩코리아는 1억달러의 자금을 벤처기업에 투자키로 하는 「e코리아파트너 지원프로그램」을 밝힌 바 있다. 한국썬 역시 스콧 맥닐리가 방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아태지역에 2억5000만달러의 투자펀드를 조성키로 하는 벤처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으며 한국HP는 최근 한 기업당 20억원 규모의 장비를 6개월간 무료로 지원키로 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라지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표참조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본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 하나의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IMF 전후까지만해도 한국은 이들 외국계 기업의 총매출 중 1% 내외를 차지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부터 정보화 투자붐을 타고 매출이 30∼70% 가량 급증했다. 한국썬과 컴팩코리아의 경우는 특히 전체매출 중 3.5%, 1.5%를 차지할 정도로 급상승했다.
따라서 현재의 우수고객들을 그대로 잡아두고 앞으로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잠재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벤처프로그램을 속속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자사 비즈니스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국내 솔루션 업체들을 파트너로 잡아두는 한편 유망한 벤처기업에 투자함으로써 미래의 잠재고객을 육성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 역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지원을 받는다면 대외신인도는 물론 이를 통해 기업가치가 높아짐으로써 향후 기업공개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외국계 기업과 국내 벤처기업간 「윈윈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상호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프로그램 운용상 업체간 차이가 다소 있기는 하지만 비즈니스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인터넷 등 컴퓨팅 환경의 급변과 이로 인한 기업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영업전략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측면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영업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모든 외국계 업체들이 협력사나 미래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부업체가 비즈니스와 관계없는 벤처기업을 지원할 계획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몇몇 기업에 한정돼 있고 또 그렇다 하더라도 성장성이 우수한 우량벤처기업에 한해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더구나 이들 외국계 업체들의 투자프로그램의 비중은 상당수가 기존의 리스 프로그램을 확대한 측면이 없지 않고 직접적으로 자금투자 의사를 밝혔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실행에 옮긴 경우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 마케팅 차원의 선언적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계 기업의 벤처지원 프로그램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 데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국내 벤처캐피털·엔절·은행 등 모든 투자자들이 벤처기업을 외면하고 있는 마당에 직접 투자나 혹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보화 투자프로그램을 운용하겠다는 사실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