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메인 상용화 부작용과 해결방안」긴급 좌담회

◆10일 미국 NSI가 「한글.com」 도메인등록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작 당사자인 닷컴업계는 물론 사이버공간에 자기명패를 뺏겨 혹독한 대가를 치른 오프라인 기업들도 서둘러 한글도메인을 확보하느라 분주하다. 지난해 전세계적인 닷컴 열풍으로 도메인의 「상업성」을 확인한 일부 네티즌은 돈벌기 수단으로 도메인을 등록하려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얼마전부터 등록예약제가 시작되면서 투기성 도메인 확보기미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내년부터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한글.kr」 도메인등록 서비스가 시작되면 이같은 양상은 더하리라는 우려도 높다. 이에 본지에서는 민간단체와 학계·산하기관 전문가들을 초청, 한글도메인 상용화에 따른 부작용과 효과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9일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드림위즈 도메인동호회 위형복 고문과 정보통신 시민단체인 피스넷 고양우 이사, 한국소비자보호원 노영화 정책연구실장, 한국인터넷정보센터 김원 부장이 참석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본지 인터넷부 유성호 차장의 사회를 맡고 한국도메인네임커미티 이동만 위원장이 전화 참석한 이날 좌담회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편집자◆

△사회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우선 대다수 사람들은 한글도메인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실정입니다. 일반사용자 입장에서 영문도메인과 무엇이 다른지부터 정의를 내렸으면 합니다.

△김원 부장 =명확한 개념정의부터 하자면 한글도메인이름은 계층 방식입니다. 최근 일부업계에서 키워드 방식의 한글도메인이라며 광고하고 있지만 이는 분명 도메인이름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한글도메인은 계층·분산 구조로 이뤄져야 하며 도메인이름시스템에 따라 작동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URL이나 전자우편 등 모든 인터넷 환경에서 전세계가 인정하는 주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흔히 키워드 방식으로 알려진 한글도메인은 한글도메인이름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 또는 발전된 검색시스템일 뿐입니다. 공식적인 사이버 주소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회 =현재 네티즌의 인식은 어떻습니까.

△위형복 고문 =도메인전문가들은 키워드 방식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일반인들이 키워드 방식을 한글도메인으로 오인하는 이유는 업계의 상술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고양우 이사 =계층 방식의 한글도메인이름은 모든 응용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사용자들이 주의해야 하는 대목은 키워드 방식의 경우 민간기업들의 상업적 서비스영역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키워드 방식의 한글도메인은 주소로서의 가치도 없습니다.

△사회 =최근 한글도메인 확보를 둘러싼 예비등록 과열현상이 우려스럽습니다. 일반 네티즌이 한글도메인을 무더기로 등록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위형복 고문 =기본적으로는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합니다. 이용자 스스로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한글도메인이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제는 상업적 가치보다 「기능적」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일부 한글도메인은 상당한 상업가치를 갖고 있지만 영문도메인처럼 높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업자나 일반인들이 실제 사용할 한글도메인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영우 이사 =한글도메인 무더기 등록은 과거 영문도메인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예전 영문도메인의 경우 극히 일부 전문가들이 도메인의 가치를 알았지만 이제는 대다수 네티즌이 깨닫고 있습니다. 한글도메인도 처음에는 다소 과수요가 있겠지만 투기로 인해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이동만 위원장 =그러나 한글도메인의 상업적 가치가 예상보다 클 수 있습니다. 투기성 등록현상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자국어 시장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만 보더라도 노인이나 어린이 계층으로 인터넷이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1개 기관, 1개 도메인입니다. 또 향후 도메인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준비가 시급한 분야입니다.

△사회 =한글도메인도 상표권 분쟁은 피할 수 없을 듯합니다. 사전에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없을까요.

△고영우 이사 =일부 국가나 기관에서는 기존 상표권자나 영문도메인 소유자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기도 하지만 이 자체가 대안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표권은 등록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실제 사용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소유가 가능합니다. 또 서로 다른 업종에서 동일한 상호를 가진 기업들도 상당수인 데 비해 도메인이름의 특징은 전세계적으로 하나뿐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분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UDRP 등 국제기준에 따르면 투기 목적에 의해 도메인을 취득할 경우 이에 대한 견제수단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한글도메인도 UDRP 체계를 따라야 하는 만큼 상업적 활용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궁극적인 분쟁해결은 사법적 판단에 의존해야 할 것입니다.

△노영화 실장 =많은이들이 무더기로 등록할 경우 한글도메인도 상표권 분쟁은 불가피합니다. 특히 타 상표권의 침해우려가 있는 한글도메인은 분쟁의 소지가 큰 만큼 등록신청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 =한글도메인의 활용은 어디까지 진전될 수 있을까요.

△고영우 이사 =한글도메인은 현재 지원될 수 있는 응용서비스가 매우 적습니다. 상용화되더라도 당분간 폭넓은 확산은 기대하기 힘든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상용 도메인서비스가 되려면 충족해야 할 기술적 요구조건이 많고 다국적 기업들의 협조도 필수적입니다.

△이동만 위원장 =최신 도메인이름시스템은 한글지원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한글과 다른 언어가 결합됐을 때 생기는데 최근 ICANN 등 국제기구와 민간차원에서 자국어 도메인 개발열기가 뜨거운 만큼 머지않아 확산은 가능할 것입니다.

△사회 =마지막으로 한글도메인 등록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위형복 고문 =한글도메인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이해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우선 사용자들은 한글도메인시스템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자신이 요구하는 방식을 명확히 해야 할 것입니다.

△김원 부장 =내년 한글.kr 서비스를 앞두고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정책방향을 제시하기는 힘든 실정입니다. 사용자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와 정책기관에 책임을 돌리지만 실은 국가차원에서 인터넷을 규제하기란 힘듭니다. 사용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합니다.

<정리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