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칙칙한 전자오락실은 가라.」
유행과 패션, 새로운 놀이문화에 익숙한 n세대들이 컴퓨터 게임장의 주인이 되면서 과거의 전자오락실이 엔터테인먼트의 중심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웬만한 카페 못지 않은 깔끔한 인테리어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대형 컴퓨터 게임장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한 건물에 복합 영화관·쇼핑몰·게임장 등이 동시에 들어선 엔터테인먼트 빌딩까지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신세대들이 영화관람이나 쇼핑을 한 후에는 의례적으로 게임장에 들러 「펌프잇업」이나 「킹오브파이터」와 같은 인기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복합 영화관이나 대형 쇼핑몰 건물에 대형 게임장이 생겨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강남역 옛 동아극장에 들어선 복합 영화관 「ZOO 002」의 1층에 「조이맥스」라는 대형 게임장이 최근 오픈했다. 200평 규모의 이 게임장에는 100여대의 최신 게임기를 갖추고 영화를 관람한 후 게임 한판을 즐기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게임장 고객의 60%가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왔다가 들른 손님이라고 한다. 10대에서 20대가 주고객층이지만 영화를 보기 위해 온 20∼30대 연인들도 게임장에 들러 게임을 즐긴다는 설명.
영화관뿐만 아니라 쇼핑몰도 게임장을 운영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최근 남대문의 쇼핑센터인 메사에는 「G-파크」라는 대형 게임장이 문을 열었다. 이 게임장은 건전한 문화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밝고 깨끗한 레이아웃으로 단장했다. 이곳에도 쇼핑을 하러 온 신세대들이 들러 여가시간을 보내는 명소로서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있다.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와 강남터미널의 센트럴시티, 삼성동의 코엑스몰 등에 오픈한 게임장들도 주변의 영화관과 쇼핑몰 덕분에 톡톡히 특수를 누리고 있다.
게임장 프랜차이즈업체인 멀티소프트의 김민석 사장은 『요즈음 신세대들은 한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게임장과 쇼핑몰·영화관 등이 모두 자리잡은 복합문화공간이 앞으로 더욱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게임장이 영화관과 소핑몰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공간과 결합되면서 게임장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전자오락실」이라고 불리면서 사행성 게임이나 탈선 청소년들의 온상처럼 여겨졌던 게임장이 이제는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주말이면 가족끼리 영화관람이나 쇼핑을 끝낸 후 다정하게 부모와 자식이 게임대에 올라 한판 춤대결을 벌이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컴퓨터 게임장이 가족들이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환골탈태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가족들이 주말에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는 대형 컴퓨터 게임장이 11월 중순 현재 전국에 80곳 정도며 최근 들어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여서 연말경이면 1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