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실물을 보고 구매가격을 협상하는 오프라인 거래는 웹을 매개로 진행되는 전자상거래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전자상거래가 대세를 이루더라도 콘텐츠 서비스같은 파일 형태의 상거래가 아니라면 생산된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류의 중요성에 비해 아직 전자상거래에 어울릴 만한 국내 물류 비즈니스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당연히 전문가도 드물다. 그 중에서 물류솔루션 전문업체인 로지콘의 민경수 사장(51)과 전자상거래 아웃소싱 전문업체인 웹로지스틱닷컴코리아의 정권태 사장(33)은 20여년의 세월차에 개의치 않고 서로가 생각하는 인터넷 시대의 물류 시스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78년 삼성전자 입사 후 87년 삼성SDS를 만드는 산파 역할을 할 때까지 10년 동안 삼성의 정보통신 분야를 두루 거친 민 사장은 작년 한솔PCS 상무직에서 퇴임 후 로지콘을 설립했다. 그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정보의 흐름은 빨라졌지만 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상품의 흐름이 원활해야 합니다. 사람의 몸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조직이 인터넷이라면 정작 신진대사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소를 전달하는 순환기관이 물류입니다』고 말했다.
95년 대학 졸업 후 일본계 증권회사의 국제 금융 분야에서 일해 온 권 사장도 물
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민 사장 못지 않다.
『굳이 인터넷 시대라는 말을 달지 않아도 물류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입니다. 싱가포르는 단순히 금융과 물류 인프라를 탄탄히 구축해 선진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우리나라도 통일 이후를 생각하면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제라도 물류 인프라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물류 천국 일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권 사장은 일본 물류 업체의 경우 모든 시스템을 전산화해 운반 트럭에 싣는 화물의 양을 극대화, 소요 비용을 줄이는 데 비해 아직까지 국내 물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또 민 사장은 다양한 물류의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생산 후 소비자에게 가는 과정에만 집중한 나머지 생산효율과 직결되는 원자재 수급이나 생산과정의 자재 흐름, 물류 창고 운영 등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두 사람은 물류의 전산화와 그에 따른 아웃소싱이 물류 선진화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민 사장은 델컴퓨터의 예를 들며 『생산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이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전산화해 인터넷으로 그 과정을 서비스하는 델컴퓨터의 경우 소비자의 주문 후 7시간만에 제품을 출고합니다. 이것이 대학 기숙사 창고에서 시작해 세계 2위의 PC 회사로 도약한 델컴퓨터의 원동력입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도 『호스팅·고객관리·물류 등 쇼핑몰에 필요한 업무를 토털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아웃소싱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이 지불하는 비용을 고정비에서 변동비로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규모의 경제를 통해 물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한다는 말입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물류에 필요한 부서를 기업 내부에 둘 경우 인건비와 자재비가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지만 아웃소싱으로 처리하면 상품수에 따라 물류비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생산량의 증감에 따라 물류 비용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소량 유통에도 대량 유통과 마찬가지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물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민 사장은 『물류는 마치 인터넷 전용선과 같아서 직접 구축하는 것보다 사용료를 내고 전용선을 임대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현재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자체 물류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이는 운반 차량의 각 기업이 구입하는 등의 중복 투자를 초래하게 됩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아웃소싱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고 부언했다.
두 사람은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최고의 물류 솔루션과 물류 아웃소싱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 열악한 국내 물류 시장을 한단계 끌어올리자고 의기투합하며 다음 약속을 기약했다.
민경수 사장
△1978∼1987년 삼성전자 정보통신본부, 삼성비서실, 삼성SDS 기획팀장
△1987∼1992년 GE인포메이션서비스코리아 상무이사
△1992∼1995년 한화정보통신 이사
△1995∼1999년 한솔PCS 상무이사
△현 로지콘 대표
정권태 사장
△1995년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1995∼2000년 다이와증권 국제금융부
△2000년 굿윌커뮤니케이션 입사
△현 웹로지스틱닷컴코리아 대표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