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3사는 내년도 경기전망에 대해 그다지 낙관하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은 국내 경제성장률이 건실한 기조를 이어가고는 있으나 주가가 급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경색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유입만으로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관계로 기본적으로는 증시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국내 기업의 총부채가 550조원으로 GDP의 100%에 달해 이자 비용만도 55조원에 달하는 등 부채성 비율이 높다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전3사가 전망한 6.6%라는 내년도 국내 경제성장률은 환율과 유가가 각각 1080원과 25∼27달러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최악의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이 4∼4.2%로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상정해 놓고 있는 것도 아직 내년도 환율과 유가에 대한 전망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환율이 1080원대로 안정되고 3년만기 회사채 이자율은 8.0% 수준으로 낮아지며 유가도 배럴당 2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조건하에 국내 경제성장률은 6.6% 정도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경기가 비관적인 방향으로 흘러 환율이 올해와 같은 1115원대를 유지하면서 이자율이 10% 수준으로 높아지고 배럴당 30달러선의 유가가 지속될 경우에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4.2%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도 경영의 기본방향을 △견실경영 기조의 지속 및 위험관리체제 강화 △경쟁력과 체질 강화를 위한 질적 구조조정 지속 추진으로 설정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자생기반은 어느 정도 구축했다고 보고 내년에는 이를 토대로 어떠한 경영여건의 변화에도 흑자 경영이 가능하도록 견실경영 기조를 유지해간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경쟁구조하에서 생존, 발전하기 위해 전분야에 걸친 경쟁력 제고에 주력키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도 투자규모를 내부유보금의 80% 이내에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동시에 인력충원 계획도 전년대비 경영효율이 개선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수립하고 증원도 신규 전략사업 위주로 실시할 계획이다.
또 성과중시·고효율의 인사기조는 지속 강화하고 「월드베스트 제품」 육성에 경영력을 집중하는 동시에 디지털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유망 신사업분야를 적극 발굴, 핵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벤처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스템 고도화 및 활용 극대화를 꾀하는 등 미래 지향적 구조로 사업체질을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그동안 확대 지향적으로 잡아온 매출 목표도 내년에는 시장상황을 감안한 안정적인 수준으로 설정하고 수출은 주력제품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LG전자는 내년도 환율이 1100원대로 안정되고 이자율은 8.6%, 유가는 배럴당 27달러선을 유지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를이 6.8%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간 계획을 수립, 월별 이동 계획을 관리하면서 탄력적으로 대처키로 했다.
인력은 동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투자계획도 사무혁신과 인터넷 사무환경 관련 하드웨어 및 시스템 소프트웨어 신규개발·구입, 디지털 분야와 해외 거점지역 사업 기지 확보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연구개발 분야의 인력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확보, 투입하고 자원은 프로젝트별로 효과적인 투입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작성해 추진키로 했다. 이밖에 설비확장 및 업무관련 일반 투자부문과 경비 지출은 제로베이스에서 수립키로 했다.
하지만 LG전자는 내년에는 수출이 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매출목표를 올해 매출(14억달러) 대비 20% 이상 높게 책정했다. 경상이익률도 10%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마케팅 강화와 비용 관리의 효율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대우전자 역시 전세계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27달러 선으로 안정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이 6.6%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에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4%로 크게 낮아지는 등 경기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환율은 내년 상반기에는 1100대를 유지하고 하반기에는 1080원으로 약간 낮아지며 실질금리는 올해보다 2%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업들의 부채감축에 충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