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하이테크 슈퍼컴퓨터 전문전시회인 SC2000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사주 댈러스 컨벤션센터에서 폐막됐다. 세계 수퍼컴퓨터 시장을 주도해나간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전세계 유력 슈퍼컴퓨터 업체와 연구소, 대학들이 이번 SC2000 무대를 통해 소개한 슈퍼컴퓨터 관련 기술과 주장을 묶어 정리해보았다.
◇페타플롭스 시대 임박
기술은 무한대로 발전하기 때문에 속단하기 어렵지만 10년 이내에 페타플롭스급 슈퍼컴퓨터가 출현할 것으로 전망됐다. 슈퍼컴퓨터의 태두로 칭송받고 있는 스티브 월락 치아로네트웍스 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초당 1000조회를 계산할 수 있는 페타플롭스급의 슈퍼컴퓨터가 2010년 안에 선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의 성능이 4.938테라플롭스(1테라플롭스는 초당 1조회의 연산능력)에 이르는데 1페타플롭스는 이보다 200배 이상 빠른 것이다.
◇21세기 슈퍼컴퓨터는 클러스터와 메타컴퓨팅이 주도
이번 SC2000의 핵심 화두중 하나는 클러스터 슈퍼컴퓨터를 비롯한 네트워크 개념의 슈퍼컴퓨팅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전시회까지는 전통적인 슈퍼컴퓨터인 벡터 기종을 중심으로 「얼마나 빠른가」가 주요 관심사였다면 이번 SC2000에서는 「빠르기」 경쟁보다는 오히려 빠르면서도 값싼 슈퍼컴퓨터를 누가 공급할 수 있느냐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SC2000 행사에는 컴팩컴퓨터·선마이크로시스템스·SGI 등 기존의 슈퍼컴퓨터 업체들뿐만 아니라 리눅스네트웍스·랙서버·RWCP(리얼월드컴퓨팅프로젝트-일본 슈퍼컴 기업연합)·원유닛 등이 조립형 클러스터 슈퍼컴퓨터를 선보였다. 심지어 크레이·NEC 등 벡터 슈퍼컴퓨터 업체들도 클러스터 기법이 적용된 슈퍼컴퓨터를 출품했다.
클러스터 슈퍼컴퓨터와 함께 주목받은 기술 조류로 메타컴퓨팅이 있다. 메타컴퓨팅은 원격지에 분산돼 있는 여러 대의 컴퓨터를 초고속 네트워크와 인터넷으로 연결해 가상적으로 하나의 슈퍼컴퓨터로 재구성한다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구개발정보센터가 주축이 돼 메타컴퓨팅시대 도래에 대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리눅스 슈퍼컴퓨터도 대안 세력 등장
일반 상용 서버와 마찬가지로 리눅스는 슈퍼컴퓨터 분야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미 이번 SC2000에는 컴팩컴퓨터·IBM·크레이·NEC 등 유력 슈퍼컴퓨터업체는 물론 신생 슈퍼컴퓨터 업체(클러스터 슈퍼컴퓨터 업체)들은 리눅스 기반의 슈퍼컴퓨터를 대거 선보였으며 미국·일본 유수 대학 및 연구소들도 리눅스 기반의 슈퍼컴퓨터 관련 솔루션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바이오 선풍
슈퍼컴퓨터 활용 측면에서 보면 이번 SC2000은 바이오 슈퍼컴퓨팅이라 할 수 있다. 셀레라사의 인간 유전자 해석을 계기로 주목받기 시작한 슈퍼컴퓨터와 바이오 산업과의 접목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복잡한 연산을 통해 유전자를 확인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DNA칩과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업체에는 슈퍼컴퓨터가 없어서는 안될 필수도구가 된 셈이다. 이를 입증하듯이 이번 SC2000에는 「바이오와 슈퍼컴퓨터의 접목」이라는 주제의 토론과 세미나가 수십차례 개최됐다.
◇슈퍼컴퓨터 ASP 시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ASP 모델이 대거 선보인 것도 이번 SC2000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기상·애니메이션 분야에서의 슈퍼컴퓨터 ASP 모델은 사업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 수십가지 ASP 모델중 미국의 블루스카이사와 일본 디지털프로덕션네트워크 컨소시엄이 제시한 슈퍼컴퓨터 ASP가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유일의 슈퍼컴퓨터 ASP업체인 이파워게이트의 최은석 사장은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ASP사업 모델이 내년부터는 국내에서도 대거 쏟아질 전망』이라면서 『특히 슈퍼컴퓨터 ASP는 해외 시장개척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강조했다.
<댈러스=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