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택(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총장)
IMF사태 이후 우리나라 경제회복과 미래 경제성장의 발전모델로 지목되어 오던 벤처기업에 대한 시각과 열기가 최근 들어 잇따라 발생한 주가조작 사건과 로비사건으로 인해 벤처기업 위기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벤처기업이 단기간에 양적으로 급팽창하면서 벤처기업 붐에 편승하여 소위 「무늬만 벤처」인 기업이 다수 등장하였고, 일부 벤처기업들은 「기술과 기업가정신으로 승부한다」는 벤처의 기본정신을 망각한 채 머니게임에만 열중하면서 무분별한 유무상 증자와 인수합병, 지분투자 등을 통해 몸집 부풀리기에 치중하여 온 경영행태에서 기인한 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의 잘못된 벤처기업과 사이비 벤처기업가로 인하여 벤처기업 자체를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일반화하는 것은 이제 서서히 초창기를 벗어나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성장단계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시각이 예전 같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벤처기업이 우리나라의 경제회복과 발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제는 우리 경제의 필수적인 존재로 또한 미래 우리 경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계속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다 내실있는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첫째, 벤처기업가는 창업초기의 벤처정신으로 재무장하여야 한다. 기술과 아이디어, 그리고 모험으로 무장한 초기의 정신으로 돌아가 부에 대한 과욕을 부리거나 불필요한 사업확대를 자제하고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여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둘째,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관련 업종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효율화를 추구하여야 한다. 초기에는 시장선점에 대한 기대효과로 인해 기업의 가치가 평가되어 왔으나 이제는 투자자들이 확실한 수익모델을 요구하고 있어 오프라인 업체와의 전략적인 제휴 등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셋째, 국내의 한정된 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비슷한 사업분야에 다수의 벤처기업이 한정된 국내시장을 무대로 경쟁하여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해외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경영의 토대를 마련하면서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넷째, 정부는 벤처기업을 이끌겠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자생적인 메커니즘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초기에 벤처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는 벤처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시장기능에 의해 자생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시장경제 원리의 원활한 작동과 투명한 제도운용 등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소수의 비양심적인 벤처기업과 사이비 벤처기업가들에 의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발전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벤처기업이 사회적인 논쟁의 중심에서 흔들리고 있다.
작금의 현상은 흔히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이론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급속하게 벤처기업 붐을 형성하면서 양적인 팽창에 치우친 결과, 한번은 겪어야 할 벤처기업 옥석 가리기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오히려 이러한 어려움을 벤처기업의 기술력과 체질강화를 위한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